클리닉 칼럼

초등 고학년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 트러블 솔루션---레이디경향

어렸을 때는 귀엽기만 했던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와 말도 섞지 않으려 드는 경우가 있다. 대화가 안 되면 부모는 답답함에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결국 아이는 더욱 대화를 피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사춘기 자녀와의 꼬인 대화 실타래, 어떻게 풀어야 할까?

"뭘 물어도 '네', '아니오' 등 단답형으로만 답하고 말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해요. 나하고는 말을 잘 안 하려 하고 자꾸 아빠하고만 대화하려 하고요. 가장 큰 문제는 어쩌다 좀 길게 대화하다 보면 아이가 짜증을 내고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거예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말이죠. 대체 어떻게 해야 싸우지 않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을까요?"

취재 도중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엄마의 고민이다. 요즘 부쩍 잦아진 아들과의 대화 트러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크고 작은 대화 충돌을 겪는다. 사춘기의 사전적 의미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인데, 요즘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가 과거보다 빠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상담사 대상 설문 조사에서 "초기 청소년기(사춘기)는 언제부터인가?"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라는 대답이 50%를 넘었다.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4, 5학년부터, 남자아이들은 그보다 조금 늦은 5, 6학년부터 사춘기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가 일찍 오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아직 초등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부모는 자녀를 '품 안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 아이는 본인을 이전과 동일한 태도로 대하는 부모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자연히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간극이 발생해 대화가 자꾸 어려워진다.

아이들이 말하는 "이럴 때 부모와 대화가 힘들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을까?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대화하고 싶다면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실시한 인터뷰 내용에서 참고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부모와 대화할 때 싫은 점'이다.

● "저도 기분이 나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자꾸 말을 시키면 말하기가 더 싫어져요."

● "엄마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제 의견도 좀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제발 이미 알고 있는 얘기를 자꾸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제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었으면 좋겠고, 엄마가 말을 듣는 태도를 좀 고쳤으면 좋겠어요."

● "엄마가 반항을 안 하고 가만히 제 얘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근데 계속 뭐라고 하니까 짜증이 나요."

아이들의 불만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아이들의 '욕구'다. '나를 존중해달라'는 욕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사춘기는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욕구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한국청소년상담개발원의 소수연 박사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성을 부모님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부모와의 밀착된 관계보다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 더 신경 쓰기 시작하죠. 또 정서적·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해지는 때이기도 한데 이런 특성을 부모가 먼저 수용해주지 않고 '그래도 아직은 내 귀여운 아이'라는 생각으로 수용을 미루면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어요."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어떤 부모들은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 트러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의 벽이 높아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대화 통로가 막혀 있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춘기는 뇌 발달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기다. 달리 말하면 아직 조절 능력과 이성적 판단 능력이 영글지 않은 시기여서 부모가 보기에는 자녀의 행동이 불완전하고 서툴게만 보일 수 있다.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부모는 자신의 마음을 먼저 재정비해야 한다. 사춘기는 자녀도, 부모도 모두 힘든 시기임을 인정하자. 내 아이가 성장했음을 인정하고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자. 그것을 인정하고 경청하는 자세는 필수다.

아이가 감정 상태가 좋지 않아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잠깐 그냥 놔두는 것도 좋다. 마음이 안정되고 나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더 잘 듣게 되고 대화에도 응한다. 간혹 이 부분이 잘 조절이 안 돼 '내가 아이와 대화하고 싶을 때는 꼭 대화를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마음속에 불안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일 수 있으니 스스로를 돌아보자. 아이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화를 끌고 가는 습관을 가졌다면 '우리 부모님과는 대화가 잘 안 되는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매번 대화가 감정적인 언쟁이나 큰소리로 끝나는 경우도 마찬가지. 부모가 먼저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춘기 자녀보다는 성인인 부모의 조절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자녀와 부모가 계속 언쟁을 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양쪽 다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잠시 대화를 멈추자. 화가 끝까지 났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기서 잠깐 대화를 중단하자"라고 말하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감정 조절을 해야 한다. 부모는 사춘기 아이에게 쿠션 같은 존재가 돼주는 것이 가장 좋다.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도 감싸 안아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연습하자.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주네'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위로도 좋다. 사춘기 자녀들이 부모와의 대화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존중과 경청 그리고 공감이다.

초등 고학년 사춘기 때 맞는 대화법

아이가 커가는데 부모가 하는 말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하는 말과 6학년에게 하는 말이 같을 수는 없다. 이 시기 아이들의 행동에는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난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거부하는 것으로 부모가 느끼기 시작한다. 사실 아이는 독립된 공간과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일 뿐이다. 심리적 독립을 원하는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주자. 말대꾸를 하는 일도 많아진다. 부모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지만 그 전에 아이의 행동이 단순히 반항하기 위한 것인지, 다른 의견을 주장하기 위한 것인지 구분 지어야 한다. 부모의 태도가 강압적이면 아이는 옳은 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의 태도 자체만 나무라다 보면 원래 하려고 했던 대화는 물 건너간다. 또 친구에게 집착하고 친구의 말에 큰 영향을 받는 시기이므로 친구를 무시하거나 '친구를 골라서 사귀라'는 식의 부모의 말은 아이의 마음에 가 닿지 않는다.

이 시기의 아이는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해 존중받고 싶어 한다. 부모가 아이를 존중할수록 아이는 바람직한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마음도 활짝 열린다. "OO는 어떻게 생각하니?", "네 생각이 궁금해" 같은 말이 좋다.

수긍할 수 없는 칭찬을 하면 아이는 부담스러워하면서 부모가 자신을 조종하려 한다고 여길 수 있다. 내용이 타당하고 아이 스스로도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칭찬해준다.

문제 행동이 많아졌더라도 아이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멋지게 자라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아이의 좋은 생각을 찾아내 읽어주는 것이 좋다. "너는 궁금한 점은 꼭 찾아보는 아이구나", "열심히 하고 있구나" 등 부모의 한마디에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친구를 잘 도와주는 아이, 엄마를 배려하는 아이, 마음먹으면 끝까지 하는 아이, 마무리를 잘하려는 아이 등 이런 강점은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부모가 강점을 먼저 찾아줘야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좋은 강점을 많이 가졌는지 알게 된다.

말대꾸가 심하거나 태도가 불손할 때 무작정 야단부터 치면 아이와의 대화가 단절될 뿐이다. 화가 나더라도 잠시 누르고 이렇게 말하도록 연습해보자. "네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속상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엄마는 네가 좋게 말하면 좋겠다" 등의 방식으로 반복해서 대응하면 아이의 태도가 점차 부드러워질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부모의 바람을 전한다. "그 친구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드니?", "카톡을 안 하면 혹시 마음이 불안하니?", "카톡을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등의 말이 바람직하다. 또래 관계를 중요시하는 시기이므로 존중하는 태도 없이 지시하는 식으로 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거부감만 키울 뿐이며 '쇠귀에 경 읽기'밖에 안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보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다. 6학년의 경우에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담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공부는 부모가 아무리 관심을 가져도 결국 자녀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다.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이해해줘야 한다. 공부법을 조언하고 싶다면 아이의 마음이 편안할 때 대화를 시도하자. "숙제가 많아 부담스럽겠다",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데 어려운 문제가 많았나 보구나", "넌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할 수 있는 아이야" 등 공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도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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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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