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똑똑한 아빠의 ‘놀이 교육’-[중앙일보 오상민]

"잘 노는 게 최고의 교육입니다."
'아빠놀이학교' 교장 권오진(48)씨의 '놀이 철학'이다. 그는 IQ·EQ 못지않게 PQ(Play 지수)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창의성·사회성·집중력을 키워주는 데 놀이만 한 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권씨는 놀이교육에서 아빠의 역할이 무척 크다고 강조한다. 엄마와 함께하는 소꿉장난이나 블록쌓기가 정적인 놀이라면 아빠와 하는 놀이는 공간을 넓게 활용하고 동작이 커 공간감각·스킨십·모험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시기를 놓치면 아이와 놀아주는 게 힘들고 열 살 이후엔 놀이 욕구도 많이 줍니다. 지혜로운 아빠라면 아이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놀이를 찾아 함께 즐겨 볼 만합니다."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에 이어 최근 『아빠놀이학교』를 펴낸 권씨에게 아빠와 함께해볼 만한 놀이를 들어봤다.

◇'박스 미로집' 만들며 창의성 키워

="창의성은 학원에 다닌다고, 공부에 집중한다고 계발되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야 생깁니다."

권씨가 개발한 생활놀이 1700가지 중 1000가지를 아들 기범(상현초 6)군이 만들어낸 것도 놀면서 얻은 경험이 창의력으로 이어진 결과란다. 권씨는 창의성을 길러주려면 무엇보다 연령에 맞는 놀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3세까지는 스킨십을 키우는 '신체놀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6세까지는 '도구놀이', 인성이 완성되는 9세까지는 '체험놀이'를 하면 좋습니다."

5세 전후의 아이는 '박스 미로집' 놀이를 해볼 만하다. 아이가 기어다닐 수 있는 큰 박스 10개 정도를 미로처럼 연결한 뒤 구멍을 뚫어 들락거리게 한다. 미로를 만들고, 박스를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공간지각능력이 생긴다.

5세 이상이면 '컴퍼스 그리기'가 좋다. 컴퍼스를 늘이거나 줄이면서 원을 그리게 한 뒤 여러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 가면 도형감각을 기를 수 있다.

'오페라식 대화'는 초등학생까지 할 수 있다. 오페라처럼 음악으로 대화를 하는 놀이다. 가령 '라 트라비아타' '오 솔레 미오' 등 익숙한 오페라의 선율에 '오늘 하루 어땠니?'라고 질문하는 식이다. 노래 리듬으로 말을 하고 계속 가사를 짓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키워진다는 게 권씨의 설명.

◇'세계인의 인사놀이'로 사회성 길러

=권씨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 있는 아이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배려할 줄 안다"며 "사회성을 기르려면 오랜 시간,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놀이를 할 때도 아이가 아빠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1~7세까지 즐길 수 있는 '이불썰매타기'는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 놀이다. 아이가 누운 이불을 아빠가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데 이때 아빠의 수고를 이해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종이공 눈싸움'은 3~10세의 아이와 하면 좋다. 신문지를 뭉쳐 만든 작은공을 상대편에게 던지는 놀이다. 냄비 뚜껑이나 베개를 방패로 사용하면 더 재미있다. 이때도 지나친 공격이 상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세계인의 인사놀이'는 7세 전후에 적당하다. 나라마다 다른 인사법을 직접 해보면서 스킨십도 하고, 그 나라의 풍습도 익히게 된다. 볼을 비비고 뽀뽀를 하는 멕시코, 서로 뺨을 치는 에스키모식 인사를 하면서 세계지도를 찾아보면 지리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동물소리 맞히면 집중력 생겨

=권씨는 "아이는 재미있는 놀이에 쉽게 몰입하는데 그걸 자주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소리·동작 흉내 내기'는 동물 소리에 금세 반응하는 2~6세에게 맞다. 동물의 소리나 동작을 보고 어떤 동물인지 맞히는 놀이다. 언어·신체표현 능력이 있는 아이와는 역할을 바꿔 본다. '멋진 간판 찾기'는 한글을 깨친 아이에게 권할 만하다. 버스나 승용차로 거리를 달리면서 재미있거나 멋진 이름의 간판을 찾는 게임이다. 그동안 권씨 가족이 찾은 멋진 간판은 똥 싼 바지·코딱지 슈퍼·돈내고 돈먹기 등. 집중력과 순발력을 기를 수 있는 놀이 다.

'신문지 스피드봉' 놀이는 신문지 2장을 말아서 봉을 만든 다음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사람이 머리를 때리는 게임이다. 순간적인 집중력과 판단력, 순발력이 필요한 놀이여서 7~13세 아이와 할 만하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다 보면 화가 나고 패배감도 생기므로 미취학 아이에겐 적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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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8-06-18

조회수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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