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새 학년이 시작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1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교실도 낯설고 선생님도 바뀐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영민 한국아동상담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의 30%가량이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안정형 또는 신중형 아이들에게 이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이 새 학기에 겪는 스트레스는 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바뀐 선생님에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새 학년을 맞은 자녀가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알아봤다.
■ 새로운 친구 사귀기
어떤 아이들은 새 학기에 친한 친구와 헤어지면서 허전함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빨리 새로운 친구를 사귀라고 재촉하기보다는 탐색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연구원은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까지는 이전 학년의 친한 친구와 자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며 "그냥 기다리지만 말고 아이가 먼저 새로운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가르치라는 얘기다.
적절하게 상대방의 활동이나 대화에 끼어들기, '미안해' '고마워'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기, 친구 이야기 바르게 듣기, 화가 났을 때 적절하게 표현하기, 규칙이나 차례 지키기 등이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다. 친구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잘 사귀지 못하는 아이의 경우, 집에서 이런 사회적 기술들과 관련된 상황을 설정하고 반복적으로 연습시킬 필요가 있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소극적인 아이는 우선 소그룹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은 규모의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공하는 경험을 갖게 되면 자신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낯선 선생님 적응하기
초등학교의 경우 아이들이 하루 일과의 거의 대부분을 담임교사와 한 교실에서 지내기 때문에 교사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사들도 성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 다양한 어른을 만나 본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과 '코드'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이전 학년보다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면 아이들은 위축감을 많이 느끼고,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감이 든다. 이때는 부모가 "선생님이 네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아이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려는 생각에 부모가 아이 앞에서 학교 선생님을 탓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선생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갖도록 해야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가급적 새로운 선생님의 좋은 점을 찾아 이야기해주고 부모도 선생님에 대해 좋은 기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선생님이 정한 규율에 적응하게 하려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잘 지키라고 재촉하기보다는 한 주에 하나씩이라도 차근차근 잘 따르도록 도와주고, 잘 지켰을 때는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이런 규율을 잘 따르는 것도 공동생활을 위해 학교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엄격한 선생님으로 인해 생긴 불안감을 집에 와서 잘 해소할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주거나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갓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이 그동안 보아온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과 너무 달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선생님들이 엄마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역할을 많이 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학교에서는 학습과 단체생활의 규칙이 더 강조돼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비록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일일이 보살펴주지는 못하지만 학교 선생님들도 똑같이 아이들을 사랑하며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분이라는 것을 부모가 이해시켜주는 것이 좋다. "학교 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이런 것도 못하면 선생님께 혼난다."와 같은 말로 아이들을 겁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