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또랑또랑한 눈빛의 6살짜리 여아가 어머니와 함께 외래 진료실을 방문했다. 소변 때문에 너무 자주 화장실에 가서 걱정인데 막상 급하게 화장실에 가면 겨우 소변 몇 방울 떨어뜨리고 다시 나오기 일쑤라고 했다. 근처 의원에서 방광염이라고 하여 항생제를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소변검사는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집에서 심하게 혼내기도 하고, 보약도 먹여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배뇨습관을 보니 1시간에 두세 번 이상 특히 낮에 외출하려고 할 때나 자기 전에는 여러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막상 잠들면 아침까지 잘 자고 낮에 가끔 소변을 지린다고 했다.
과민성방광으로 추정하고 몇 가지 검사와 배뇨일지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나 염증 등이 없음을 확인하고 행동치료와 얼마간의 약물치료 후 호전돼 진료를 종료했다.
◇ 어린이 과민성방광, 성인과 유병률 비슷
대한야뇨증학회에서 5~13세 어린이 1만 6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6.6%가 과민성방광 증세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16.6%에 달하는 어린이 과민성방광 유병률은 일본 초등학생 유병률 17.8%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구미 성인의 과민성방광 유병률인 16.5~16.6%와도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특히 5~6세 어린이들은 과민성방광 증세가 10명 중 2.3명인 22.7%로 조사되어 가장 흔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 만 5세 되면 배뇨 형태 완성…야뇨증 없어야 정상
소변을 보는 배뇨 기능은 주로 방광이 담당하는데 겉으로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평상시 방광은 콩팥에서 생성된 소변을 저장하다가 방광배뇨근과 괄약근의 조절 작용으로 소변을 보는데 이 모든 과정은 중추 신경 및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
생후 1~2세경 미성숙한 소아 방광은 일시적이고 생리적인 배뇨의 부조화가 나타날 수 있어 소변을 질금거리는 단속뇨의 소견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생후 2~4세가 되면 방광의 용적이 점차 커지고 방광과 요도괄약근 전체에 대한 자의적 조절이 가능하게 되어 필요할 때 소변을 보고 중지할 수 있는 기능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가 지나 배뇨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만 5세 경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하루 5~7회 정도 소변보는 성인형 배뇨 형태가 완성되는 시기이며, 수면 중에도 소변을 지리는 야뇨증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
◇ 소아 배뇨장애 "어리니까 당연하다?"
최근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소아들이 무척 늘고 있다. 배뇨장애란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데 문제가 있는 경우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이분척추증 등 신경학적 병변에 따른 신경인성방광인 경우 신경인성 배뇨장애가 발생할 수 있지만, 대체로 신경학적으로 정상인 비신경인성 배뇨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더 흔하다.
소변보는 횟수가 너무 잦거나 참다가 급하게 보는 경우, 혹은 시원하게 배뇨하지 못하여 잔뇨감을 호소하거나, 소변 줄기가 끊어지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낮 혹은 밤에 소변을 속옷에 지리는 현상이 있어 보통 아이들과 다르면 배뇨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비신경인성 소아 배뇨장애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주간 빈뇨, 절박뇨 및 요실금 등을 주 증상으로 하는 과민성방광과 야간 수면중에 소변을 지리는 야뇨증이 비교적 흔한 편이다. 그 외에도 주간빈뇨증후군, 기능장애성배뇨, 저활동방광, 힌만증후군 뿐 아니라 청소년기 복압성요실금, 웃음요실금, 질역류 관련 배뇨장애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배뇨장애를 볼 수 있다.
소아에서 이러한 배뇨장애가 있는 경우 어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무시하기도 하고 민간요법 혹은 정신적 문제라고 생각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아기 배뇨장애는 성인에 비해 드물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럽과 호주의 연구에서 주간요실금의 빈도는 각각 14.9% 및 16.5%로 예상보다 높았다. 이는 대한야뇨증학회에서 조사한 전국 소아 과민성방광의 유병률 16.6%와도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여 흥미롭다.
소아 배뇨장애의 원인은 주로 배뇨기능 발달이나 배뇨습관 형성 중 잘못 학습된 방광 혹은 괄약근의 기능적 문제에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배뇨장애는 스트레스나 정서적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세심한 진단이 필요하다.
◇ 어린이 배뇨장애 "저절로 해결된다?"
소아 배뇨장애의 특징은 한 가지 형태의 배뇨장애로 발현하지만 다른 종류의 배뇨장애로 이행하면서 변화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서로 다는 배뇨장애가 복합돼 발현하기도 하는 점이다.
아울러 소아 배뇨장애에서 변비나 변실금 등 배변장애와 동반될 수 있으며 배변장애는 역으로 배뇨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관계는 특히 요로 감염이나 방광요관역류 등과 관련되어 요로계 이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신장 기능의 이상을 일으킬 위험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 더구나 배뇨장애는 어린이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소아에서 조기에 배뇨장애를 적절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소아 배뇨장애 유무를 알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소아의 배뇨 상태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배뇨 증상을 호소하는 어린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배뇨치료, 약물치료, 경보기치료 등 다양하게 적용
소아 배뇨장애의 치료는 배뇨치료를 기본으로 하며 약물치료와 경보기치료를 일반적으로 적용하는데 드물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다.
배뇨치료는 배뇨일지 작성과 행동치료 등 표준 배뇨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경우에 따라 바이오피드백치료 등 특수 배뇨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약물치료로 하부요로계 증상 완화를 위하여 항부교감신경제, 항이뇨호르몬제, 삼환계항우울제 및 알파차단제 등 다양한 약물들이 사용된다. 경보기치료는 야뇨증에 비교적 좋은 효과를 보이고 필요에 따라 주간요실금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소아 배뇨장애는 배변장애를 동반할 수 있어 이를 동시에 치료하면 도움이 된다. 기본적 치료에 불응하는 경우 상부요로계 평가 및 요역동학적검사를 통해 정밀한 평가 및 보다 선택적인 치료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