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두통클리닉
재수 끝에 최근 취업에 성공한 주정왕씨(28·경기 부천시)는 대학 졸업 후 입사지원서만 300통 이상을 냈다. 번번이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주씨는 취업 문제로 장기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수시로 스트레스를 받아 잦은 두통을 호소했다. 두통 증세가 점차 심해져 가까운 의원을 찾아가 간단한 약 처방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자, 대학병원에서 두통에 대한 체계적인 진료를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두통클리닉을 찾은 주씨는 그동안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껴온 압박감과 두통의 빈도, 가족력 등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혹시나 뇌졸중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인한 두통인지를 위해 뇌혈류 검사와 혈관초음파 검사를 병행했으며, 최종적으로 취업 문제로 인한 '편두통'으로 진단이 내려졌다. 이 클리닉의 정진상 교수는 술과 담배, 커피를 삼가고 운동 등 생활요법을 개선하도록 권장했고, 적절한 두통약을 처방했다.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되며 실업, 취업난, 생활고, 주식이나 펀드로 인한 재정 손실, 그로 인한 가정불화 등 경제 문제로 두통환자도 크게 증가하며 두통클리닉을 찾는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두통환자 40% 증가
정진상 교수팀은 경기가 좋았던 2006년과 경기불황이 시작된 2008년의 두통환자를 비교한 결과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은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긴장형 두통은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있거나 심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과도한 긴장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가 편두통의 직접적 발병 원인은 아니지만, 원래 있던 편두통을 악화시키거나 이로 인해 약물 남용, 카페인 음료 과다 섭취, 음주, 흡연 등을 초래해 두통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매우 연관성이 높은 두통질환이다.
정 교수팀에 따르면 △긴장형 두통 환자의 경우 2006년 1339명에서 2008년에는 1866명으로 39.4% 증가했으며, △편두통 환자 역시 2006년 3969명에서 2008년에는 4687명으로 19.5% 늘어났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30~50대의 두통환자들의 경우, 2006년 858명에서 2년 후인 2008년 1056명으로 198명(23.1%)이 증가했다. 편두통도 30~50대 환자들이 2006년 2615명에서 2008년 3126명으로 511명(1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트레스와 관련성이 적은 기타 두통환자는 같은 기간에 오히려 27%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도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한 실직, 생활고 등을 이유로 두통이 증가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50~60대 경영층의 경우 긴장형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책임 있는 위치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연령이기 때문이다. 통증은 뒷머리와 뒷목에 뻐근하고 조이는 것 같이 온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직접 원인이기 때문에 휴식하거나 숙면을 취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몇 주간 계속되어 환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정 교수는 "회사 경영난, 생활고, 취업 문제 등의 경제적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이 생기거나 기존에 있던 두통이 악화되어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긴장형 두통이나 편두통 환자로 전문의의 적절한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적 진단 통해 두통의 원인 찾아 치료해야
긴장형 두통은 직장인들에게서 쉽게 발견된다. 머리 주위 근육들의 지속적인 수축이 동반되면서 나타나며, 대개 충분한 휴식이나 수면, 단순진통제를 복용함으로써 사라진다. 그러나 두통의 빈도가 증가하여 거의 매일 아프면서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약물 남용의 우려가 있으므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편두통은 젊은 여성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두통으로 한쪽 머리에 맥박이 뛰는 듯한 욱신거리는 심한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한번 통증이 시작되면 4시간 이상 2~3일까지 지속되며, 메스꺼움, 구토 등이 동반되며 밝은 빛과 시끄러운 곳을 피하기도 한다. 특히 편두통이 시작되기 전에 눈앞에 번쩍거리는 빛이 나타나 시야를 가리는 조짐증상이 선행될 수 있으며, 심하게 자주 반복되는 경우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외 두통으로 일정 기간에 집중되어 두통이 발생하는 군집성 두통이 있다. 매우 심한 통증이 한쪽 앞머리와 눈 주변에 나타나며 같은 쪽 눈이 충혈되거나 콧물이나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축농증(부비동염) 등과 같이 안면 부위에 염증이 있을 때에도 통증이 머리로 퍼질 수 있다.
특별히 응급조치가 필요한 두통의 원인으로는 지주막하출혈, 뇌출혈, 뇌종양, 뇌혈관기형, 뇌수막염, 녹내장 등이 있다. 갑자기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두통에 동반되는 경우, 만성적인 두통이 있었던 환자에게 다른 양상의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반신마비나 간질 등의 신경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정 교수는 "두통이 생길 때마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서 복용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며 "반드시 전문적인 진단을 통해 두통의 뿌리를 정확히 찾아내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