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 의심나면 빨리 치료를…
생후 3개월인데 소리내 웃지않고, 돌 지나도 "엄마" 소리 못해…
조기발견·치료 '시간과 싸움'… 발달 지연 전부 자폐는 아냐
사설기관 먼저 찾지말고 꼭 소아정신과 방문해야
◆발달지연은 치료받아야 할 질병
'발달지연'은 영·유아 시기부터 발달이 또래 평균보다 늦어 해당 연령의 아이들이 하
는 평균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일반인은 흔히 발달장애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용어는 발달지연이다. 증상에 따라 언어, 운동, 인지, 학습장애 발달지연으로 나누며,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전체적 발달지연이라고 한다. 환자의 70% 정도는 원인을 모르고, 나머지 30%는 태아 시기의 뇌 손상 때문으로 추정한다.
발달지연은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인데, 상당수 엄마는 "기다리면 좋아진다"는 주변의 말만 믿고 병원에 데려오지 않는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자폐증 판정을 받을까 봐 겁을 내고 병원에 데려오지 않는 사람도 많다. 자폐증과 발달지연은 다른 질환으로, 자폐증 증상으로 발달지연이 나타나지만 발달지연이 있다고 전부 자폐증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자폐증인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므로 어느 경우든 발달지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발달지연은 시간과의 싸움
발달지연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조기에 검진해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발달지연 아동의 뇌파를 측정하거나 뇌의 활성화 정도를 찍어보면 해당 연령의 평균값에 확연히 못 미친다. 이 경우 뇌를 자꾸 자극해서 발달하게 해야 증상이 좋아지는데, 뇌는 어릴수록 회복이 빠르고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지연은 보통 운동성 지연이 나타난 뒤에 언어성 지연이 나타나므로, 몸을 못 가누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받아야 언어성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발달지연 검사법인 덴버발달검사법(DDST)에 따라 '본인의 정도/기준 연령의 발달 정도×100'을 계산해 70점 미만(100점 만점)이면 발달지연으로 진단한다. 70점 이상~100점 미만이면 3~6개월 동안 추적 검사를 실시한 뒤 발달지연 여부를 결정한다. 100점 만점을 받아야 정상이다.
김선경 이화여대 발달장애아동센터(CCDS) 부소장은 "매주 1~2회 30분~1시간 30분씩 치료한다. 운동성발달지연은 씹기, 삼키기, 불기 등 구강 발달 훈련과 넣기, 쓰기, 오리기 등 신경 발달 치료를 실시한다. 언어성발달지연은 발음 훈련과 듣기 훈련을 시킨다. 전체적 발달지연은 각 치료법을 통합 적용한다"고 말했다. 완치가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치료받으면 정상 아동 못지않게 좋아지기도 한다.
◆반드시 소아정신과 치료받아야
많은 부모가 소아정신과를 외면하고 사설 치료기관부터 찾는데, 이 경우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보기 힘들다. 송 교수는 "부모가 보기에 언어 발달이 부족해 보인다고 전문의 진단 없이 사설기관에서 언어치료부터 시키는 등의 경우가 많은데, 지난 8년간 우리 병원에 내원한 환자 600여명 가운데 60%가 겉으로 나타난 증상 외에 정밀 진단 결과 종합적인 치료가 필요한 전체적 발달지연이었다. 자녀가 발달지연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소아정신과에서 정확한 진단부터 받고 치료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일부 사설기관에서 시행하는 미술·음악치료 등에 대해서 "증상 완화에 도움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근본 치료는 안 된다. 사설기관 치료는 보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