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인터넷 중독된 뇌 상태 마약 중독자와 비슷해진다

정부, 200만명 이상 인터넷 중독 추산

심해지면 공격성 생기고 마약과 같은 '환각' 느껴 다른 취미 갖게 도와야
최근 인터넷 게임에 빠진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굶어 죽도록 방치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달에는 20대 남성이 인터넷 게임을 그만하라는 모친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처럼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지면서, 정부는 지난 15일 '인터넷 중독 예방, 해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의 8.8%인 200만명이 인터넷 중독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에 중독된 뇌, 도파민 분비 늘어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청소년이나 젊은 세대가 인터넷에 쉽게 중독되는 이유는 인터넷에 영화, 게임, 음악, 성(性) 등 무궁무진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은 익명으로 자신을 숨기고 현실의 통제와 구속을 벗어나는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점이 이용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최정석 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인터넷에 몰두하면 뇌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게 하는 물질인 도파민이 계속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는데, 이 자극이 계속되면 충동을 자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인터넷에 중독된다"고 말했다. 전두엽 기능에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중 인터넷 중독자가 많은 것이 이 때문이다.

중독 상태가 심해지면 마약과 같은 '환각 상태'를 느끼게 된다. 이민수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이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본능에 잠재된 공격성을 분출해 게임을 하는 상대방 캐릭터를 공격하거나, 온라인에서 제3자를 대상으로 욕설을 퍼부으면 마약을 맞은 것처럼 현실의 불안감이나 우울증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팀이 인터넷 게임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의 뇌를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한 결과, 전두엽 등 뇌의 비슷한 부위가 활성화됐다.

하루 4시간 이상 매달리면 약물·인지행동치료 받아야
인터넷 중독자는 대부분 자신이 인터넷 중독임을 자각하지 못한다.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표〈〉의 8문항 중 5문항 이상 해당하면 인터넷에 중독된 상태이다.

인터넷 중독자는 대부분 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는데, 2시간 미만이라도 자가진단표에 5문항 이상 해당되면 가까운 사회복지관이나 시·구청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중독 상담센터를 찾아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상담센터에서는 인터넷 중독의 원인을 찾은 뒤 인터넷 사용 일지 작성법이나 인터넷 사용 계획 등을 세워서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유한익 교수는 "인터넷을 중단하기 싫어서 식사를 거르거나 밤을 새울 정도로 인터넷에 몰두하는 사람, 인터넷 때문에 업무나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상담치료 등으로 이뤄진다. 약물치료는 주의력 개선제와 충동성을 조절하는 약 등을 보통 6개월 이상 처방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인터넷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다른 생각을 떠올려 충동을 분산시키게 하는 연상 프로그램을 위주로 진행한다. 예컨데, 우울하거나 심심할 때 인터넷 게임을 떠올리는 아이라면 게임 대신 운동이나 친구를 만나는 등 다른 행동을 연상하게 돕는다.

인터넷 접속 무조건 금지하면 부작용 생길 수도
인터넷 중독 치료에는 부모나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컴퓨터를 자녀 방 대신 부모가 볼 수 있는 거실에 두는 등 인터넷 충동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이민수 교수는 "자녀에게 강압적으로 인터넷을 못하게 하면 이미 '중독 상태'인 충동적 욕구를 폭력, 도박, 약물 등 다른 방식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 1주일에 10분 정도씩 천천히 단계적으로 사용시간을 줄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사용량을 직접 체크할 수 없으면 자녀의 동의를 얻어 매일 일정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면 차단하는 사용시간 제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부모는 하루가 24시간으로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알려준 뒤 인터넷을 하느라 놓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목록을 작성하게 하자. 그 뒤 목록에 포함된 일과 인터넷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아이에게 점수를 매기도록 해서 자녀 스스로 인터넷 몰두에서 벗어나게 유도하라"고 말했다.

술, 담배, 도박 중독 등과 달리 인터넷 중독은 치료를 받더라도 100% 끊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인터넷이 없으면 회사 업무나 학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등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중독된 직장인에게는 당분간 인터넷을 덜 쓰는 업무를 맡기는 등 회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최정석 교수는 "인터넷 중독은 개인의 질병이라기보다 사회 시스템적 문제이기 때문에, 장시간 온라인 게임을 하면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자동적으로 떨어지는 '중독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회와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크해 보자
나는 인터넷 중독일까?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을 때 인터넷 생각이 자주 난다.
●만족을 얻기 위해 인터넷 사용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인터넷 사용 중단을 결심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짜증이 나거나 우울해진다.
●의도보다 인터넷을 오래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을 하다가 대인관계나 직업, 교육, 경력상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인터넷을 하는 것을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감추고 거짓말을 한 경험이 있다.
●현실 문제에서 도피하거나 불쾌감을 줄이려고 인터넷을 사용한다.
▶위 8문항 중 5가지 이상 해당되면 인터넷 중독 가능성이 높다. (자료: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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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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