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인 선용(가명)이는 이유 없이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문제로 내원했다.
항상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선용이 때문에 엄마는 안 다녀본 소아과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소아과에서 각종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내원해 살펴본 선용이는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고, 어른들과 대화할 때도 작은 목소리로 쉽게 움츠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상담과 검사를 통해 살펴보니 선용이는 경미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불안감도 높은 상태였다.
선용이의 상태는 약을 복용할 정도는 아니어서 놀이를 통한 심리치료로 우울하고 불안한 선용이의 마음을 북돋아줬다. 엄마에게는 선용이의 심리 상태와 이유, 그리고 엄마가 해 줘야 할 대화 방법 및 양육 태도를 교정해 줬다. 치료를 통해 선용이의 얼굴이 점차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여기저기 아프다는 호소도 사라지게 되었다.
선용이처럼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여기저기 아픈 아이의 경우라면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의외로 많다.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7~25%, 두통은 10~30%, 어지러움증은 15%, 가슴 답답함은 10%, 피곤함은 15% 정도로 스트레스 등 정신적 원인에 따른 증상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발생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복통, 반복되는 구토, 가슴 답답함과 흉통, 피곤함 등이 있다. 흔히 가정 내의 문제, 특히 부모 사이에 갈등이 많은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부정적인 감정 반응이 많은 부모를 둔 아이에게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는 큰 스트레스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이것을 잘 해소하지 못하는 환경이나 성격적 특징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대해 치료받지 않은 상태로 계속되면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신적 원인에 의해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스트레스의 정도, 스트레스에 견디는 아이의 능력, 부모나 아이가 통증이나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고 대처하는 능력 등에 의해 좌우된다.
감정을 자주 표현하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려고 하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부딪쳐 해결해 보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신체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정신적 고통을 다른 일에 집중하면서 잊으려고 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는 약한 정도의 두통이나 복통 등의 신체 증상이 자주 생긴다. 더 나아가 정신적 고통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하고 바라기만 하는 경우에는 더 심한 신체적 증상과 불안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