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요즘 ‘가을을 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유 없이 마음이 쓸쓸하고 우울감이 밀려온다. 대체로 일시적인 기분 변화일 수도 있지만 마음과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떨어뜨리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계절이 바뀌면 잠깐의 감정 변화는 느낄 수 있으나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계절의 변화가 기분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어 우울증으로까지 악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을 의학용어로는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하는데 ‘계절성 우울증’으로도 부른다. 흔히 남자들이 가을을 많이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계절성 우울증은 여자들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원인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계절에 따른 일조량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을철 반갑지 않은 계절성 우울증에 대해 살펴봤다.

◆일반 우울증과는 구분된다

우울증은 본래 무기력감을 보이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등 의욕을 잃는 증세를 보이는 것은 계절성 우울증이나 일반 우울증이나 같다.

그러나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은 많이 먹고 주로 단 음식과 당분을 즐겨 찾는다.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 게다가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을 겪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잠이 너무 많아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은 일반적으로 겨울까지 지속하다 봄이 되면 사라진다. 일반인 중 약 15%는 가을이나 겨울에 다소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이 중 2∼3%는 계절성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체로 20대부터 발생하며, 50∼60대로 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교적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국가에서 많이 발생하며, 낮에 햇볕을 쬘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햇볕을 많이 쬐고, 적절한 운동하면 예방할 수 있어

계절성 우울증은 일정한 기간을 정해 매일 강한 광선에 노출하는 광선요법이나 항우울제 투여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 정도는 아니지만 다소의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에도 낮 동안 야외 활동을 늘리고 주위 환경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바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종일 실내에만 머물지 말고 적어도 30분 이상 햇볕을 쬔다. 햇빛을 쐬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아침에 일어나 방 안의 불빛을 아주 밝게 하는 것이 좋고 낮 동안에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은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고 균형적인 식생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필요하면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하루 8잔 이상의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외 활동을 늘리거나 걷기,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덜고 에너지를 높이며 정신적·신체적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 낮 시간에 실외에서 운동을 하면 햇볕을 쬐는 효과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이병철 교수는 “우울한 마음이 들 때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과 대화를 나누거나 취미 활동을 함께하며 감정을 표현하고 분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노력에도 우울감이나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개선되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