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주연] 3년 전 취업 준비를 하던 정주원(가명·32)씨는 불안감과 무기력감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성적이 나빠 서류 통과도 어려운 데다 면접에서도 말을 잘 못해 매번 낙방했다. 우울증을 예상했으나 의사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진단했다. 학창 시절부터 주의가 산만해 지적을 많이 받았고, 친구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게 주된 이유였다. 정씨는 “그동안 혼자 끙끙 앓았던 많은 일들이 ADHD 때문이란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훈련을 시작했다. 원인과 증상을 파악하고 나니 앞으로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약물로 주의력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정씨는 지금 원하는 직장에서 컴퓨터 서버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방치하면 삶의 질 크게 떨어져
성인 ADHD를 방치하면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아동기에는 학습 장애와 교우관계 정도가 문제지만 행동반경이 커진 성인기에서는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누군가와 다퉈도 화해가 쉬웠지만 성인이 돼서 울컥했다간 돌이키기 어렵다. 또 직장에서 갈등이 생기면 충동적으로 이직하기 쉽다. 가정에서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화를 자주 내 모두를 괴롭게 만든다. 사소한 문제가 커져 부풀기 전에 치료받아야 하는 이유다.
나이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고 해서 모두가 ADHD는 아니다.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성인 ADHD는 의심할 만한 증상이 어린 시절부터 있었는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점검한다”며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과적 동반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와 지능·주의력·인성·가족검사를 하며 필요에 따라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 뇌 영상을 촬영해 진단할 수 있다.
약 먹으면 첫 2~3주부터 증상 호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소아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약물이다.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전(前)전두엽 부위만 선택적으로 자극해 공급을 늘려준다. 장기적으로는 뇌 신경망을 활성화시켜 신경 발달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협회(NIMH)는 최근 10년간 15~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ADHD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대상자를 정상군, ADHD이면서 약을 먹는 군, ADHD이지만 약을 먹지 않는 군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 측정했다. 그 결과 약물치료를 한 ADHD의 뇌 용적이 정상군과 비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DHD는 뇌의 생물학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 평생 지속되는 질환이므로 약물치료에 기한이 없다. 6개월이나 1년 만에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없으며, 10년 이상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반 교수는 “약을 끊으면 다시 도파민의 활성도가 떨어진다”면서도 “몇 년간 치료를 받으며 학습된 것들이 몸과 머리에 저장되기 때문에 복용하지 않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구역질이나 식욕 저하 등의 부작용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용량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약의 종류에 따라 효과 지속시간도 다르다. 성인은 저녁시간에도 주의력이 유지돼야 할 때가 많으므로 하루 2~3회 복용이 권장된다.
대개 약물을 복용하고, 첫 2~3주에 증상이 호전된 걸 느낄 수 있다. 마음누리신경정신과 이원익 원장은 “주의력이 좋아져도 실행 기능까지 변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랜 기간 치료 할수록 증상이 좋아져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ADHD 치료제는 머리 좋아지는 약이 아니다. 이 원장은 “쉽게 산만해지는 사람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고 수행능력을 좋게 한다”고 설명했다.
충동·분노 조절, 인지행동치료 병행을
약물치료를 하면 증상의 30~50%가 줄어든다. 자기관리를 잘하도록 뇌를 자극하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방법까지 채우진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획 세우기, 조직화, 충동성과 분노 조절, 자존감 높이기, 청취 등 인지행동치료를 더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 합리적 사고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습득하는 것이다. 또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도록 환경적인 자극을 최대한 줄이는 훈련을 한다. 수첩이나 계획표를 활용해 시간관리를 꼼꼼히 하고,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다.
ADHD는 뇌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세상을 보고 느끼는 방향에 남들과 차이가 있다. 이 원장은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타당한 기준에 맞추려 굉장히 노력했다가 무너지면 우울감·무기력감 등 2차 증상이 나타난다”며 “ADHD를 이해하고 극복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방치하면 삶의 질 크게 떨어져
성인 ADHD를 방치하면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아동기에는 학습 장애와 교우관계 정도가 문제지만 행동반경이 커진 성인기에서는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누군가와 다퉈도 화해가 쉬웠지만 성인이 돼서 울컥했다간 돌이키기 어렵다. 또 직장에서 갈등이 생기면 충동적으로 이직하기 쉽다. 가정에서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화를 자주 내 모두를 괴롭게 만든다. 사소한 문제가 커져 부풀기 전에 치료받아야 하는 이유다.
나이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고 해서 모두가 ADHD는 아니다.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성인 ADHD는 의심할 만한 증상이 어린 시절부터 있었는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점검한다”며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과적 동반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와 지능·주의력·인성·가족검사를 하며 필요에 따라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 뇌 영상을 촬영해 진단할 수 있다.
약 먹으면 첫 2~3주부터 증상 호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소아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약물이다.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전(前)전두엽 부위만 선택적으로 자극해 공급을 늘려준다. 장기적으로는 뇌 신경망을 활성화시켜 신경 발달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협회(NIMH)는 최근 10년간 15~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ADHD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대상자를 정상군, ADHD이면서 약을 먹는 군, ADHD이지만 약을 먹지 않는 군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 측정했다. 그 결과 약물치료를 한 ADHD의 뇌 용적이 정상군과 비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DHD는 뇌의 생물학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 평생 지속되는 질환이므로 약물치료에 기한이 없다. 6개월이나 1년 만에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없으며, 10년 이상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반 교수는 “약을 끊으면 다시 도파민의 활성도가 떨어진다”면서도 “몇 년간 치료를 받으며 학습된 것들이 몸과 머리에 저장되기 때문에 복용하지 않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구역질이나 식욕 저하 등의 부작용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용량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약의 종류에 따라 효과 지속시간도 다르다. 성인은 저녁시간에도 주의력이 유지돼야 할 때가 많으므로 하루 2~3회 복용이 권장된다.
대개 약물을 복용하고, 첫 2~3주에 증상이 호전된 걸 느낄 수 있다. 마음누리신경정신과 이원익 원장은 “주의력이 좋아져도 실행 기능까지 변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랜 기간 치료 할수록 증상이 좋아져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ADHD 치료제는 머리 좋아지는 약이 아니다. 이 원장은 “쉽게 산만해지는 사람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고 수행능력을 좋게 한다”고 설명했다.
충동·분노 조절, 인지행동치료 병행을
약물치료를 하면 증상의 30~50%가 줄어든다. 자기관리를 잘하도록 뇌를 자극하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방법까지 채우진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획 세우기, 조직화, 충동성과 분노 조절, 자존감 높이기, 청취 등 인지행동치료를 더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 합리적 사고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습득하는 것이다. 또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도록 환경적인 자극을 최대한 줄이는 훈련을 한다. 수첩이나 계획표를 활용해 시간관리를 꼼꼼히 하고,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다.
ADHD는 뇌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세상을 보고 느끼는 방향에 남들과 차이가 있다. 이 원장은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타당한 기준에 맞추려 굉장히 노력했다가 무너지면 우울감·무기력감 등 2차 증상이 나타난다”며 “ADHD를 이해하고 극복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