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을 심하게 당한 어린이일수록, 후에 가학적 성행위를 즐기는 등 성적 문제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연구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 뉴햄프셔 대학의 무레이 스트라우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 심리학회(APA)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더 많은 사람들에 체벌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동 체벌과 폭력 성향에 대한 상관관계는 기존 연구를 통해 익히 밝혀진 바 있으나 성적 행동과의 연관성을 입증해낸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1990년대 중반, 3개 대학의 대학생 207명을 대상으로 ‘상대방에게 '피학적(masochistic)' 성행위를 강요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들이 어린 시절 체벌을 당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그 결과 어릴 적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상대방에 대해 피학적 성행위를 강요하는 가학적 성향을 지닐 가능성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연구팀은 이 외에도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후에 상대방에게 성행위를 강요하거나 위험한 성행위를 즐기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논문 3편을 덧붙여 이날 학회에 소개했다.
소개된 연구에서 스트라우스 교수는 32개 국가의 대학생 1만4000명을 대상으로 ‘12세 이전 체벌을 당한 적이 있다’는 명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강한 부정’ ‘부정’ ‘긍정’ ‘강한 긍정’ 등 4개 단계로 답하게 한 뒤, 평소 성행위에 동의하지 않는 파트너에게 말이나 행동으로 이를 강요한 적이 있는지를 함께 물었다.
그 결과 12세 이전에 체벌을 당했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체벌을 당한 적이 있다는 대답이 ‘긍정’ 쪽으로 한 단계씩 옮겨갈수록, 상대방에게 말이나 행동으로 성행위를 강요할 확률도 10%씩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각 단계마다 1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한편, 스트라우스 교수가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실시해온 조사에 따르면 부모 90%가 유아인 자녀를 체벌한 바 있는 것으로 조사돼, 학교에서의 체벌 금지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 체벌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의 체벌은 아이가 어릴수록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연구팀은 이것이 영아의 경우 ‘말로 꾸짖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체벌의 각종 ‘부작용’을 밝혀낸 이번 연구와 관련, 스트라우스 교수는 “소아과 의사나 교육 전문가들이 체벌의 부작용을 부모들에게 더욱 강하게 인지시키고,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가 체벌 방지를 위한 캠페인에 더 많은 예산을 쏟을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그는 “매 맞지 않고 자란 아이가 가장 모범적이라는 것은 아동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일관적이면서도 큰 비밀”이라며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부모들이 체벌을 자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