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34·여)는 아홉 살 아이에게 화를 마구 내는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 “너무 말을 안 들으니까 늘 소리를 질러야 해요. 이제는 그것도 안 통하니까 자꾸 때리게 돼요. 그리고 금방 후회하죠. 다 상처가 될 텐데…. 나중에 우리 아이 잘못되면 어떡해요?” 그녀뿐 아니라 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교실·가정· 직장·병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제력을 잃은 분노범죄가 불가사리 커지듯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사회의 중심축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면서 질서보다는 자기표현이 중시되고 있다지만 그 도가 지나치다.
사실 ‘분노’라는 감정은 원래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분노는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위협받고 있거나 원하는 바가 문제에 봉착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메신저와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분노는 이를 어떻게 다루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분노를 다루는 방식은 크게 드러내거나(Anger-Out), 품거나(Anger-In)이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두 방식을 오가지만 우리는 어느 하나를 주된 방식으로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그 두 방식의 균형을 이루고 화를 불러일으킨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양극단을 치달을 때 ‘병적 분노’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분노 폭발’과 ‘분노 억압’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실 예전에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는 지나친 분노 억압으로 인한 ‘화병’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친 분노 폭발로 인한 ‘분노조절장애(일명 울컥증)’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분노조절장애를 보면 두 가지 양상이 있다. 하나는 ‘충동적인 분노 폭발형’이고 다른 하나는 ‘습관적인 분노 폭발형’이다. ‘충동형’은 강한 생리적 반응이 동반되어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다. 흔히 이 사람들은 ‘다혈질’로 대표되는 기질적 특성을 타고나며 ‘뚜껑 열린다!’ ‘뒤집힌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펄쩍 뛰고 싶다’는 식으로 그 순간을 이야기한다. 이 경우는 감정 조절을 위한 약물을 복용할 경우 효과가 좋다. 이에 비해 ‘습관형’은 생리적 반응은 강하지 않지만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분노 표현 자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식의 경험을 통해 갈수록 분노 감정을 키워 온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약물보다는 분노 조절 훈련이 도움이 된다.
어떤 유형이 되었든 분노 폭발은 기대와는 달리 순간적인 이익과 해방감을 줄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몸과 마음을 철저하게 파괴할 뿐이다. 그렇다고 참아야 될 일도 아니다. 자신이 화난 것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주장하는 문제해결식 분노 표현이 필요하다. 그 한 예로 캔디 라이트너라는 미국 여성을 소개한다. 그녀는 음주운전자가 저지른 사고로 13세짜리 딸을 잃었다. 그러나 그녀는 분노를 개인에게 폭발시키지 않고 방향을 돌려 음주운전에 대한 법률 강화라는 시민운동으로 펼쳐나갔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딸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분노 조절을 잘하려면
①분노 폭발 역시 폭력임을 인정하라. 신체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 역시 폭력이다. 화를 크게 낼 때마다 3일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음을 떠올려라. 분노 조절을 위해 평소 세수 할 때마다 ‘나는 화를 조절해서 표현할 줄 아는 강한 사람이야’라고 자기 격려를 한다.
②‘멈춤 능력’을 강화한다. 분노 폭발은 자극에 대해 30초 안에 이루어진다. 이 순간을 넘기는 것이 관건이다. 멈춤 방법의 예로 ‘타임-아웃’을 들 수 있다. 이는 먼저 상대에게 양해를 구해놓는다. “내가 더 이상 통제가 안 되면 ‘잠깐’이라고 이야기하고 밖에 나갔다가 올게. 그 순간은 피해서 이야기 해!”라고 약속하고 그런 상황이 오면 그렇게 행동한다.
③‘피해자-가해자’ 프레임을 벗어나 ‘문제 해결자’가 되라. 잠깐 멈추었다면 자신이 피해자라는 마음에서 벗어나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본다. J씨는 ‘아이가 존중하는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