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활발한 신체 접촉, 신체·두뇌 발달에 좋아…
공격성 자제법 배우고 사회성 길러주는 효과도
네 살 아들을 둔 신용카드회사 과장 김모(36)씨는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 때문에 아이와 거의 놀아주지 못했다. 김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말수와 활동량이 유난히 적다"라는 말을 듣고 소아정신과에 데려갔다. 의사는 김씨에게 "아빠가 놀아주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며 "아빠가 놀아주지 않는 아이는 소아 우울증 등 정서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아주라"는 말을 들었다.
▲ 아빠가 아이와‘신체적인 접촉’을 하면서 놀아주면 자녀의 사회성 발달, IQ 향상, 균형 잡힌 신체 성장 등에 도움이 된다.
유아는 아빠가 '신체 접촉'을 하면서 놀아주어야 두뇌와 성격이 균형 있게 발달한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은 엄마와 차이가 있다"며 "엄마가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불러주고 장난감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놀아 주는 반면, 아빠는 몸싸움을 하거나 목말을 태워주는 등 아이를 과격하게 다루면서 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아빠가 이처럼 적당한 선에서 아이를 과격하게 다루며 놀아줘야 자녀의 두뇌가 균형 있게 발달한다"고 말했다. 1995년 미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조산아로 태어난 아이를 세 살까지 관찰해보니 아빠가 잘 놀아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IQ가 더 높았다.
◆'아빠와의 몸싸움'은 사회성·신체 발달에도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아빠와의 놀이는 아이의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동원 교수는 "아빠가 활발하게 놀아준 아이는 사회성이 좋고 더 적극적이며 공격성을 자제할 줄 아는 어린이로 자란다"고 말했다.
3세 이상이 되면 엄마보다 아빠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도 있다. 아동심리전문가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클라크 스튜어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30개월 된 아이들에게 놀이 파트너를 고르라고 하자 3분의 2 이상이 아빠를 골랐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효원 교수는 "3세 이상의 아동은 하루 종일 접촉하는 엄마 또는 보모에게서 느끼는 불만을 아빠와 놀면서 보상받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자녀는 아빠와 과격하게 놀면서 심리적으로 잠재된 공격성을 일정한 규칙 안에서 자제하고 최소화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말했다.
아이가 아빠와 '힘을 쓰면서' 놀면 신체발달에도 도움된다. 신동원 교수는 "성장이 왕성한 유아기(2~6세) 때 아빠가 잘 놀아준 아이는 근육과 모세혈관, 골격이 잘 형성되고 심장·폐·소화기관 등도 잘 발달한다"며 "아빠와 많이 노는 아이는 소아 비만이 적다"고 말했다. 다만 1회성으로 놀아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 김효원 교수는 "아빠가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서 놀아줘야 자녀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파더링(아빠 역할)은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가 돈독한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와 이렇게 놀아주세요
생후 2세까지는 아기를 안아서 크게 좌우로 흔들어주기, 아기를 안아서 크게 돌려주기, 방아 태워주기(아빠가 90도로 다리를 세운 채 누워 아기를 아빠 발목에 앉혀 아빠가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놀이) 등을 해주면 좋다. 영·유아는 몸을 너무 과격하게 흔들면 뇌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아이가 놀라거나 울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놀아주어야 한다.
3~4세까지는 레슬링·공놀이·말 타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해준다. 생후 25개월 이후에는 아이의 성장점을 자극해주는 '제자리높이뛰기', 36개월 이후에는 혈액순환에 좋고 팔과 어깨를 중심으로 상체 전신의 힘을 길러주는 '물구나무서기', 48개월 이후에는 수건 줄다리기 등을 하면 아이의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