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신의 기질 알면 아이와 조화로운 관계 이룬다
비슷하게 쓰이지만 다른 뜻을 담은 '기질'과 '성격'. 기질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르게 가지고 태어나는 생물학적 반응 양식이기 때문에 변하기 어렵다.
반면 성격은 타고난 기질과 환경적인 영향이 결합한 것으로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성인들의 경우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다 드러내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는 어릴 때의 기질들이 환경과 결합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다. 하지만 성인과 달리 어린 아이들은 본디 갖고 있는 기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아이 기질의 특성을 잘 파악해 아이와 부모가 조화로운 관계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아이의 기질을 따지기보다 부모 자신의 기질을 파악하고 아이의 기질을 이해할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자람가족학교 김민정 수석연구원은 에듀톡, 자람 주최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우리아이 성격의 비밀-기질'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기질은 좋고 나쁜 기질이 없다.
그 기질을 알고 어떻게 조화로운 관계를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자녀의 기질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서로 상호작용해야 긍정적인 성격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 아이의 기질적 특성 알고 이해해야
김민정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기질의 구성요소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며 기질의 구성요소로는 '위험회피', '새로움 추구', '보상의존', '지속성' 등 4가지가 있다.
먼저 '위험회피'는 낯선 상황에서의 행동반응을 말한다.
위험회피가 높은 사람은 낯선 상황에서 조심성 있게 주변을 파악하고 행동에 옮긴다.
반면 위험회피가 낮은 사람은 낯선 상황에 두려워하지 않고 겁을 내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위험회피가 낮은 엄마들은 위험회피가 높은 아이 때문에 짜증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친척을 만났을 때 아이가 삼촌들과 놀았으면 좋겠는데 아이가 낯설어 해서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기질요소는 '새로움 추구'다.
새로움 추구가 높은 사람은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지만 새로움 추구가 낮은 사람은 차분하고 조용하며 참을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새로움 추구가 높은 아이라면 집에 장난감이 다 새 것일 것이다. 반대로 새로움 추구가 낮은 아이라면 큰 맘 먹고 엄마가 새 책을 사줬어도 원래 보던 책을 달라고 한다"며 "새로움 추구가 높은 아이에게는 같은 장난감이라도 계속 회전시켜주는 게 좋고, 새로움 추구가 낮은 아이에게는 아이가 장난감에 천천히 적응하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번째 기질요소는 주변의 영향과 민감성을 나타내는 '보상기준'이다.
보상의존이 높으면 주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보상의존이 낮으면 주변의 요구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 의지가 더 중요하다.
보상의존이 높은 아이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칭찬을 해주는 것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칭찬이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결과에 대한 평가는 칭찬이 아니다.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해줘야 한다.
내가 지금 아이를 평가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 번째 기질요소는 '지속성'이다.
지속성이 높으면 무슨 일이든 끝까지 완벽을 추구하며 집중력이 높다. 반면 지속성이 낮으면 하나의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부모와 아이가 기질 요소 중 '새로움 추구'에 대한 기질이 서로 높을 경우엔 함께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 신이 나지만, 부모는 낮고 아이만 높으면 부모는 새로운 것에 덤벼드는 아이를 볼 때마다 불안감이 올라와 자꾸 아이를 고치려고 한다.
또 새로움 추구가 낮아 아쉬웠던 부모의 경우, 아이마저도 새로움 추구가 낮다면 '좀 더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한다는 것이다.
위험회피가 낮아 두려움이 적은 부모는 위험회피가 높아 소심한 아이가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 아이와의 관계, 기질 대하는 부모 태도에 달려
김 연구원은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기질을 평가하는 건 부모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이를 떠올리지 말고 부모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무엇 때문에 아이의 행동 등을 보는 게 불편한 지 찾아보는 게 좋다. 부모가 기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모습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아이의 기질적인 특성과 부모의 성향을 알아야 '내가 지금 아이에게 오버하는구나'하면서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아이의 기질은 부모가 어떻게 평가 내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무엇보다 부모의 양육패턴에 따라 아이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아이들과 어떻게 더 조화로운 관계를 이룰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똑같이 느린 아이에게 '도대체 넌 왜 이렇게 굼뜨니?'와 '천천히 하는 게 좋지? 그러니 제 시간에 마치려면 미리 시작하자'라고 말하는 것 중 어떤 말이 좋은지 생각해보자.
조화로운 관계는 내가 상대를 내 판단과 기준으로 상처주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아 그렇구나. 우리 잘 맞춰나갈까?' 하면서 있는 그대로 수용해줄 때 가능하다.
"김 연구원은 "아이들마다 에너지 수준, 필요자극이 다르다.
부모 세대는 집 앞에 뛰어다닐 공터가 있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일부러 뛰어놀 곳을 찾지 않으면 아이들의 에너지를 풀 수 없는 시대"라며 "'나는 안 이랬는데 아이는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시대적 특성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아이를 느린 아이라고 결론내린 경우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빨리 빨리 하라'고 재촉한다. 반대로 성격이 급한 아이라고 결론내릴 경우에는 아이가 사고만 치면 다 아이 탓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며 "'내 아이의 기질은 이렇다'라고 규정짓는 건 안 된다.
기질을 파악하는 검사 등은 아이를 이해하는 도구로만 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원은 "행복한 엄마가 되려면 잘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처한 환경 내에서 우리 아이와 나, 배우자 특성의 가장 조화로운 합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알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