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식을 키우던 때와 제 자식들이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삶의 질도 높아졌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도 달라졌지요. 모양새만 봐서는 뭐에 쓰는 용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통방통한 아이들 물건도 많던데, 세상 참 좋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엄마들도 참으로 야무지고 똑똑합니다.
아이 월령에 꼭 맞는 좋은 재료 사다가 부지런히 이유식 해다 먹이고, 발달에 맞는 장난감 사주며 적절한 자극을 줍니다.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책을 챙겨가며 읽는 모습도 대견합니다.
아이 훈육할 때도 행여 속상하지 않도록 아이 마음 헤아려가며 타이르는 모습도 제 눈에는 참 보기 좋더군요.
요즘은 길에서 아이한테 버럭 고함을 지르거나, 감정적으로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는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똑똑하고 슬기로운 엄마들의 요구에 부응이라도 하듯 몇 해 전부터는 TV나 신문과 같은 매스컴에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걸 보았습니다.
저희 때는 없던 말입니다.
의미를 찾아보니 아이 스스로 자신의 귀함을 알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뜻하더군요.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 자존감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자존감 높은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겁니다.
그런데 자존감과 관련해 한 가지 알쏭달쏭한 게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는 엄마들이 참 많던데, 그 이유인즉슨 아이가 기가 죽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간혹 곁에 있던 누군가가 보다 못해 '제발 애 좀 타일러라'고 말하면 주의 시키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얼굴에는 기분 나쁜 기색이 역력한 걸 몇 차례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또 애가 잘 몰라서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항변하는 엄마도 있고, 당신이 뭔데 우리 아이 기를 죽이느냐며 냉랭하게 말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다른 사람한테 혼나서 자존감이 떨어지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것 같습니다.
또 아이의 자존감 고취를 위해 절대로 '안 돼'나 '그만' 이라는 거절의 의미가 담긴 말은 해서는 안 되는 걸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도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회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간혹 아이가 주의를 들으면 "그만 해, 할머니가 뭐라 하시잖아"하고 말하거나 "계속 떠들면 저기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말하며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를 타일러 가며 올바른 몸가짐을 알려주는 것인데 말이지요. 단지 경찰 아저씨가 무서워서, 옆에 있는 할머니의 눈총이 따가워서 행동을 멈춘 아이는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같은 행동을 하지 말란 법은 없지요.
할머니와 경찰 아저씨 눈에만 안 띄면 되니까요.
아이가 우리 사회의 일정한 규칙과 공동체의 룰을 아는 것은 앞으로 살아갈 사회 속에서 조화롭게 지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입니다
. 잘 모르는 주변 사람이 아이를 타이르고 있다면 무작정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 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 좋은 계기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