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떼쓰는 아이와 싸우지 않는 대화의 기술

똥고집에 드러눕기는 기본, 떼쓰는 아이 앞에서 엄마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공감과 기다림만으로는 달래지지 않는 아이의 떼쓰기. 과연 어디까지 받아주고 얼마나 단호해야 할까. 떼쓰기의 이유와 대처를 알아본다.

갈팡질팡 훈육, 떼쓰기의 원인부터 이해하기

'무섭게 잡을까?', '공감하면서 달랠까?' 고집부리고 떼쓰는 아이를 앞에 두고 엄마는 갈팡질팡한다. 따귀도 때린다는 프랑스 엄마들처럼 때려서라도 고집을 꺾어야 할까 싶지만 아이의 기를 죽일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대부분 떼쓰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야단칠 일이 거의 없다. 큰 소리를 낼 일이라고는 기고 걷기 시작하며 저지레를 치거나 위험한 일을 할 때 안 된다고 알려주는 '경고' 정도. 그러다 본격적으로 떼쓰기가 시작되는 20개월 무렵을 기점으로 아이와 부모의 밀고 당기기가 시작된다. 떼쓰기가 극에 달하는 시점에 부모는 '우유부단한 내 성격 탓이지', '화를 조절 못하는 내 문제'라는 식으로 아이의 떼쓰기가 자신의 탓인 양 자책하기도 한다. 떼쓰기의 심리적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고,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부모의 현명한 대처가 중요하다. 고민을 해결하고 일관성 있는 훈육 원칙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문제 해결의 핵심, '너를 알고 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대체 이 시기의 아이들은 왜 떼쓰기를 하는지 아이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보자.

아이의 떼쓰기가 유독 심하다면 기질·발달을 고려하라

고집이나 떼쓰는 게 유독 심해서 통제하기 힘들다면 기질이나 발달 문제, 양육 태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수줍음이 많고 예민한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쉽게 자극받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자주 짜증을 내거나 떼를 부릴 수 있다. 활동성이 많은 아이는 정서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활동성이나 충동성이 높은데, 부모 또한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면 충돌하는 경우가 더 잦아진다. 이러한 아이의 떼쓰기를 고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야단칠 때 치더라도 평소 즐거운 놀이로 친밀감을 많이 쌓아둘 것. 간혹 기질적 요인을 넘어 발달 문제로 인해 떼쓰기가 심한 아이가 있다. 보통 언어 능력과 사회성이 좋아지면서 떼쓰기가 줄어드는데, 발달 문제가 있는 아이는 돌 전까지 매우 순하다가 갑자기 그 이후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떼쓰기가 심해진다. 만일 아이가 전반적으로 발달이 더디고 눈맞춤에 문제가 있으며, 떼쓰기가 또래보다 심각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는 게 좋다.

'분노는 나의 힘' 존재감 알리기

떼쓰는 행동 뒤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있다. 분노는 칭얼거림이나 짜증부터 격노, 격분, 강한 흥분 상태 등 단계가 다양하다. 그래서 떼쓰기가 극에 달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엄마를 때리기도 한다. 분노를 느끼면 대뇌 변연계가 자극되어 뇌에서 카테콜라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는 왜 이렇게 분노할까?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한 본능이라 할 수 있다. 분노는 어떤 욕구나 목표를 달성하려는 행동을 저지당했을 때 주로 나타난다. 그래서 아이는 "안 돼!"라는 말에 격렬히 떼쓰는 것. 또 본인이 얼마나 다급한 상태인지 부모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그동안의 반복을 통해 화가 났다는 것을 부모에게 알리면 상대가 '아차' 하며 자기 행동을 멈추거나 요구를 들어준다는 걸 터득한 것이다. 적당한 분노는 권리와 자존심을 보호받는 방법.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가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이 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아가 강해지는 신호

떼쓰기와 고집은 보통 생후 18~24개월 무렵이 가장 심하다. 아이는 걸핏하면 "싫어", "안 해"를 외치고, 만 2년간 참고 참아온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싫어"는 일종의 독립 선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엄마의 도움 없이 두 발로 걸으며 내 뜻대로 몸을 움직인다는 자신감은 독립심으로 이어진다. '나', '내 것'에 대한 인식, 즉 자아가 발달하면서 이제 엄마에게 의존해 살아가던 지난날과 작별을 고하고 무엇이든 자기 맘대로 해보려는 의지가 생기는 것. 설령 도움을 주는 손길이라도 자신의 의지를 꺾는다고 느끼면 화를 내며 고집을 부리지만, 아직까지도 아이는 미숙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러니 아이로서도 참 답답한 노릇이다. 떼쓰는 심리 속에는 분노, 그 밑에는 좌절감이 깔려 있을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니 화가 나고 짜증과 떼쓰기가 심해지는 것. 아이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상 고집과 떼쓰기 단계에 돌입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것만 아니라면 혼자 하면서 실수도 경험하고 더욱 단단해지고 자존감도 키울 수 있다.

'나는 오직 지금' 욕구 충족이 최우선

떼쓰는 아이에게 "이건 나중에 사줄게"나 "조금 있으면 밥 먹을 거니까 이건 안 돼"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아이는 '바로 지금', '바로 이것'이 아니면 세상이 끝날 듯이 고집을 부린다. 아이는 어른과 다른 시간 개념을 갖고 있다. 아이에게 '조금 이따가'는 언제 올지 모르는 기약 없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즉각적인 욕구 충족보다 유용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다릴 수 있는 '만족 지연 능력'이 부족하다. 기다리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지 능력이 발달해야 고집을 접고 엄마의 설득을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인다. 만족 지연 능력은 만 3세 이전에 나타나기는 하지만 연령에 따라 차이가 크다. 실험 결과를 보면 생후 18~30개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끌 장난감을 주면서 만지지 못하게 했을 때 18개월 아이는 20초, 24개월 아이는 70초, 30개월 아이는 100초를 기다렸다고 한다. 겨우 20초를 버틸 수 있는 아이에게 '내일'은 마치 몇만 광년의 우주의 시간과 맞먹는 셈이다.

TIP 분노 표현의 변화 과정

● 생후 2개월 분노 표현이 나타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칭얼거림이나 울음으로 알린다.

● 생후 4~6개월 생후 4개월이 되면 표정에 화가 난 게 명확히 나타나고 분노 표현도 많아진다.

● 1~2세 분노 표현은 이 시기에 가장 심해진다.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고 좌절감, 혐오, 질투 같은 복잡한 감정도 느낀다.

● 3~4세 기쁨, 슬픔, 놀람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법도 다양해진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도 발버둥이나 울기에서 투덜대기, 토라지기, 반항, 참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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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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