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ㆍ고등학생 9710명 설문…자살 생각 女16%-男11%
여고생 A양의 3월은 우울하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한 A양은 낯선 환경이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중학교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정도로 외로워진다. 새로 만난 같은 반 아이들은 아직은 경쟁자일 뿐이다. 고등학교 교실의 조용한 분위기는 중학교와 달리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 학기 초 극에 달한 성적 스트레스가 큰 문제다. A양은 겨울방학동안 학원에 다니기는 했지만 성적은 오를 것 같지 않다. 부모님의 기대는 커져만 가는데 홀로 뒤처져만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면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중ㆍ고교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청소년들은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우울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청소년의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여학생은 새 학기, 새로운 환경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신체활동은 적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은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훨씬 많이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주의를 환기시킨다.
4일 질병관리본부와 교육부의 ‘2015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를 분석해보니 서울 청소년(중1~고3 9710명 대상)들이 스트레스를 인지하거나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꾸준히 줄고 있었지만 여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보다 지속적으로 높아갔다.
지난해 서울에서 중ㆍ고교를 다니는 청소년 10명 중 3~4명이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지역 여학생 스트레스 인지율은 42.4%에 달해 남학생(31.3%)보다 11.1%포인트나 높았다.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트레스 인지율은 높아졌다.
청소년이 받는 스트레스의 큰 원인은 역시 성적 압박이다.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점수가 자기 뜻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쉽게 상처받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중ㆍ고교에 다니는 청소년 60.4%(여학생 61.9%ㆍ남학생 58.9%)가 스트레스 원인으로 ‘성적ㆍ진로부담’을 지목했다. ‘외모’로 인한 고민은 남학생(9.0%)보다 여학생(12.0%)이 더 많이 하며 ‘부모님과의 갈등’ 오는 스트레스는 남학생(14.8%)이 여학생(9.9%)보다 많다.
여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울감 경험한 여학생의 비율도 31.0%로 나타나며 남학생(22.1%)보다 9.9%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살 생각률에 있어서도 남녀 학생들 간 차이가 났다. 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서울 여학생은 16.0%에 달해 남학생(11.4%)보다 높았다.
실제 자살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학생은 3.8%였다. 이 중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는 학생은 2.4%이었고 100명 중 4명은 자살시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체활동도 남녀 학생의 차이는 크게 나타났다.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은 신체활동 실천율이 22.0%를 나타냈지만 여학생은 3분의 1 수준인 8.2%에 그쳤다. 반면 학습목적으로 앉아서 보낸 시간은 여학생들이 훨씬 길었다. 여학생은 공부를 위해 1주일에 754분 이상을 책상에서 앉아서 보낸데 비해 남학생은 590분의 시간을 사용해 160분 이상 차이가 났다. 이는 신체활동이 감소할수록 우울감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학계 연구결과들과 상통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