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의연|2016.10.20
※ 이번 글은 미국의 신경과 전문의인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 교수가 과학적 회의주의 사이트인 NeuroLogica Blog에 지난 10월7일 기고한 글을 과학중심의학연구원에서 번역 후 요약한 것입니다. 원제목은 ‘CAM Harming Children with Autism’입니다.
http://theness.com/neurologicablog/index.php/cam-harming-children-with-autism/
자폐증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대체의학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연약하다. 그리고 자폐증 상태의 어린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은 부모와 보건의료 시스템과 정부의 보호 하에서 필요한 최고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들 세 가지가 모두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와 관련된 다른 사례가 최근 소개된 바 있다. 영국 BBC는 최근 자폐증 진단을 받은 만 4세의 소년에 대해 보도했다. 그의 부모들은 자연요법사를 찾아갔다. 그러자 그 가짜 의사(fake doctor)는 그 소년에게 10여 가지의 보조식품들을 처방해 줬다.(그들이 원래 하는 일이 이것이기 때문) 그리고는 그 보조식품들이 소년의 자폐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소년은 심각한 상태가 됐고. 결정적인 현대의학 치료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사망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가 자연요법사로부터 받아서 먹은 것은 치사량에 가까운 고용량 비타민 D였다. (비타민의 경우에도 당연히 치사량이 있다) 이로 인해 그의 혈액 내 칼슘 수치는 위험 수위까지 올라갔다. 이후 그는 구토를 하고 극심한 갈증을 호소할 뿐 아니라 3주 만에 10kg가 넘게 체중이 줄어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
소년의 부모들도 당연히 끔찍한 경험을 했다. 일각에서는 그 부모들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하지만, 나는 그들 역시 피해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치료도 없는 심각한 진단을 자신들의 어린 아들이 받도록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폐증 자녀를 가진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단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 상태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랑한다. 또한 그것을 ‘치료’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와 관련해서 토론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 같은 시각에도 약간의 일리는 있다는 언급만 하고자 한다.
자폐증 상태의 아이들은 증상에 따라서는 인생에서 심각한 위험을 겪을 수 있으며 특별한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자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이걸 가지고 그 부모들은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그들은 자녀를 위해 제대로 된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의무가 있지만, 이 경우에는 부모 역시 피해자에 가깝다. 자연요법사는 정부에서 면허를 받고 활동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시민에게 있어서 정부의 면허를 받은 직종을 신뢰하는 것은 그리 불합리한 모습은 아니다. 이건 그 시민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시민이 피해를 입는 상황일 뿐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요법사들은 가짜 의사들이다. 그들이 가짜인 이유는 근거중심적이고 투명한 치료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치료의 기준이 없으며, 말 그대로 뭐든지 다 가능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자연에 호소하는 오류(appeal to nature fallacy) 로 점철된 아주 허술한 철학에 불과하다. 그게 전부다. 그들은 틀렸다고 입증된(disproven) 상상 속의(fanciful) 명백한 사이비과학적 치료행위(outright pseudoscientific interventions)들을 다방면으로 조합해서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기초적인 영양 관련 조언을 하기도 하지만 거기서도 올바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에 그 조차도 신뢰할 수 없다.
나는 수십 가지 보조식품들을 섭취하는 환자들을 만나봤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사례는 자연요법사로부터 60가지 보조식품들을 처방받아서 먹는 환자였다. 그 자연요법사는 환자에게 식사 메뉴를 철저히 규제하고 질병을 야기시키는 식품을 절대 먹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었다. 그 동안 그들은 제대로 된 질병 진단을 완전히 놓쳤다.
자연요법 훈련을 받는다고 해서 1차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치료법들은 대부분 넌센스다.
BBC에서 방송한 이 사례가 예외는 아니다. 이건 자연요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결국 정부는 사이비과학자에게 환자 치료를 허가하고 의사 흉내를 내도록 함으로서 그 어린이와 부모에게 피해를 입혔다. 자연요법사라는 직업과 이 자연요법사 개인은 제대로 된 치료 기준을 가지지 않고 위험한 사기행위를 처방함으로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피해를 입혔다. 부모들은 충분히 회의주의적(skeptical)인 태도를 취하지 못함으로서 아이에게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가 인정한 가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속았을 뿐이다.
불행하게도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은 효과가 의문시되거나 해로운 대체치료법들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특히 높다. 위험한 보조식품이나 식이요법은 빙산의 일각이다. 표백제를 이용한 관장이나 위험한 킬레이션 요법 및 화학거세(chemical castration) 등도 있다. 또한 그들은 백신 접종 하지 않음으로서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자폐증에 걸린 어린이들과, 절박한 마음에 뭐라도 해보려는 부모들을 겨냥한 사기꾼들의 세상이 있다. 이들이 더 이상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전달되도록 하는 교육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사기꾼들에게 의료인 면허를 주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