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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이와 지위를 무기로 횡포를 부리는 중년 남성을 의미하는 ‘개저씨’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개저씨’는 권위주의와 남성우월주의 등에 기인해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 강요해 주변의 뭇매를 맞는다.
ADHD, 틱, 자폐처럼 늦되고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이러한 강요가 더욱 큰 상처가 된다. 따라서 주변에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고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아정신과 의사들에게 이들 부모에게 상처가 되는 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봤다.
◆ “가만히 두면 잘 클텐데 요즘엔 엄마가 병을 만들어”
아이 발달을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내버려 두면 저절로 잘 크고 때 되면 좋아진다”는 말은 금물이다. 발달장애로 학교적응을 어려워하는 부모들 중에는 이 말을 믿고 치료를 늦춘 것이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라고 호소한다. 늦된 아이 중에 기다려도 되는지,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분야 이므로 함부로 이런 말을 내뱉지 말도록 하자.
◆ “아이가 스스로하게 기다려주지 않아서 성장하지 못하는 거야!”
어머니들이 가장 자주 상처받는 말이다. 어느 어머니가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싶겠는가?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숙제를 돕고 책가방을 싸주는 걸 과보호했다고 비난받게 되면, 부모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 “아이한테 사랑을 충분히 주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
이런 얘기는 맞벌이 부부나 동생이 일찍 태어난 경우 등에 듣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경우의 아이들이 특별히 소아정신질환에 잘 걸리지는 않는다. 아이 발달 문제는 대부분 태어나기 전에 생긴 문제에 의해 발생하므로, 직장을 다니는 부모에게는 질책보다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것이 더 좋다.
◆ “친구랑 많이 안 놀아서 그렇다”
ADHD나 자폐 아이가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사회성이 부족한 탓이지, 부모의 사교성에 의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이에게서 이상 증상을 발견한 교사의 경우라도, 부모에게 ‘친구랑 많이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식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자.
◆ “사교육을 너무 시켜서 수업을 시시해한다”
아이에게 너무 일찍 사교육을 많이 시켜서 ADHD, 틱장애를 유발한다는 속설을 무턱대고 믿는 사람도 많다. 사교육으로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ADHD, 틱장애가 생긴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수업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학생이 수업집중력이 가장 높다.
◆ “약 먹을 정도/병원 갈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병원 갈 정도, 약 먹을 정도라는 표현은 지금 병원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에게는 상처 주는 편견의 말이다. 병원을 찾은 부모가 꼭 하는 질문은 “우리 아이 심한 편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심하지도 않은데 병원 온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것이다. 병원 갈 정도로 그리고 약 먹을 정도로 심한 아이는 없다. 심하거나 약하거나 상관없이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은 우리가 물건을 살 때 하는 선택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어의 온도’의 작가 이기주는 “상처를 겪었던 사람들은 타인을 향해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내뱉은 위로는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사람 사이에 위로와 힐링은 필요하고 그것은 작가의 말처럼 “‘의술(醫術)’이 될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상처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말은, 자기 경험이나 입장에서 나온 게 아닌 상대방이 필요로 하고 힐링이 되는 말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