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기자. 조선일보
대학생 A(22)씨는 학업 부담 등으로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았다. 군대 문제와 취업 걱정까지 겹치면서 A씨는 점점 세상과 담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족은 A씨가 평소보다 예민해졌다고 여길 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밤낮이 바뀌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일이 수개월 계속된 다음에야 A씨는 뒤늦게 정신과를 찾았다.
우울증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로 20대와 80대가 꼽힌다. 이 연령대에서 우울증 진료 인원이 유독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무슨 우울증이야"거나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면서 치료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은 2012년 58만7860명에서 2016년 64만2011명으로 연평균 2.2% 늘어났다. 이 중 20대 환자는 5만196명→6만3336명으로 연평균 6%, 80대 이상은 3만185명→4만8780명으로 연평균 12.8%씩 급증했다. 이 기간 나머지 연령대 환자는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었다.
정신의학계에선 20대와 80대를 '숨겨진 고위험 집단'으로 꼽는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고교 때까지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다가 처음 스스로 인생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심리적 피로감이 큰 세대가 20대"라며 "대학이나 새 직장에 들어가 처음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낮은 자존감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정신과 전문의는 "20대 환자 중 빈부 격차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하지만 대부분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우울감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우울증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샤이니' 멤버 종현(27)도 20대다. 전문가들은 "종현은 평소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졌고, 주변 어려운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였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른 사람의 어려운 일엔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아픔은 마땅히 풀 곳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80대 이상 노인 우울증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채수미 부연구위원은 "나이가 들수록 질병이나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다 보면 부정적인 사고에 붙들려 우울증이나 정신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평소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