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평소에 좀 부지런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물건 정리정돈을 잘 하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학교 다녀오자마자 숙제 먼저 하면 좋을 텐데…."
아이의 행동 방식에 대한 엄마들의 고민은 종류도 다양하다. 학업이나 예능 교육 등은 어떤 학원을 찾아가야 하는지,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지 훤히 알겠는데, 이런 것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이때 엄마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자. 평소에 느긋하게 행동해 약속 시간을 자주 어기지는 않는지, 화장대나 부엌살림 정리는 얼마나 잘 하는지….
아이가 6~7세쯤 되면 엄마들은 아주 섬뜩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의 행동 중에 부모의 행동 방식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거울을 보는 듯한' 경험 말이다. 이때 아이가 보이는 행동은 단순히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습관으로 굳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은 더욱 당황하게 된다.
습관을 가르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반대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치아 관리를 부지런히 하는 아빠 밑에서 자란 아이는 하루 세 번 이 닦는 습관을 당연히 기르게 될 것이고, 옷을 깨끗하게 입고 반듯하게 잘 걸어두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옷을 벗으면 깔끔하게 개어 두는 습관을 붙이게 마련이다.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니 또 얼마나 편하고 손쉽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습관이야말로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주는 유산 같은 가르침이다.
필자 역시 아이가 정리정돈 습관을 제대로 기르지 못해 얼마 전까지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구획을 나눠 주고, 정리하는 방법을 몇 번이나 설명해줘도 아이는 그런 습관을 붙이지 못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가 지저분한 책상이나 서랍에 대해 불편함을 별로 못 느낀다는 게 문제였다. 그건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깔끔하게 정돈을 잘 하지 못한다. 아니, 좀 심하게 어지른다. 가끔은 이런 상태가 짜증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우리 아이와 똑같다.
하필이면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을 아이가 배우게 돼 안타깝지만, 적어도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몰아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엄마는 화장대를, 아이는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법을 배우자고 약속했다. 요즘은 아이가 내게 와서 화장대가 지저분하다며 지적하고 야단을 친다. 30년 훌쩍 넘게 가진 습관을 아이 때문에 고치려 노력하다니…. 휴우, 엄마 노릇 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아이는 엄마를 한 단계 또 키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