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민(6) 군의 어머니 한주희(32·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씨는 2월 생 아들의 취학통지서를 받고 고심하다가 입학을 1년 미루는 ‘유예신청’을 했다. 그녀는 “아이가 공부나 사회성에 특별한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한 살 어리다고 ‘왕따’하거나 수업을 따라가기 벅찰까봐 유치원을 한 해 더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씨처럼 1, 2월생 자녀의 경우 입학유예를 택한 학부모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시의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 중 입학유예자는 2006년 13.6%에서 지난해 14.8%, 올해 17.2%로 매년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는 12%선이다.
학부모는 ‘같은 나이, 같은 학년’을 선호한다. 정부는 이런 요구를 반영해 지난달 27일 출생년도가 같은 1∼12월생 아동은 같은 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새 시행령은 학부모가 자녀의 발육상태 등을 고려해 5∼7세 사이에 원래 취학 연령보다 1년 앞당기거나 늦춰서 입학시키는 것을 허용했다. 초등학교 입학 제도를 알아보고 입학연기나 조기입학을 생각하는 학부모가 고려해야 할 점을 소개한다.
○ ‘빠른 OO년생’ 사라진다
새 시행령에 따르면 지금까지 3월 1일이었던 초등학교 취학연령 기준일이 내년 입학예정자부터 1월 1일로 바뀌었다. 앞으로 1, 2월생 아동은 예전에 비해 1년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3월 1일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태어난 아동이 입학했지만 앞으로는 출생년도가 같은 1월 1일생부터 12월 31일생까지가 함께 입학한다.
이에 따라 2009년 3월 새 학기에는 올해 이미 2002년 1, 2월생이 입학했기 때문에 2002년 3월 1일∼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아동이 초등학교에 발을 내딛는다. 2010년 3월에는 2003년에 태어난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생이 된다. 출생년도가 한 해 빠른 아동과 함께 입학하는 1, 2월생을 지칭하는 ‘빠른 OO년생’이란 용어도 앞으론 사라지게 됐다.
2003년 1, 2월생 아동은 반드시 2010년에 입학해야 되는 걸까. 기존 방식대로 내년에 입학하고 싶으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거주지 읍·면·동사무소에 조기입학신청을 하면 된다. 자녀가 내년 초등학교 입학대상인지는 취학아동명부가 나오는 11월 초에 거주지 읍·면·동사무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이 조치로 2007년 기준으로 전체 입학대상자 69만여 명의 12% 수준인 8만여 명에 달하는 입학유예 학생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학유예 학생 중 1, 2월생은 6만여 명에 달한다.
○ 1년 빠르거나 늦은 입학 가능
취학기준 연령이 바뀌면서 ‘같은 나이, 같은 학년’이 됐지만 반드시 해당 취학 연령에 맞춰 아이를 입학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의 발육상태 등에 따라 1년 먼저 또는 늦게 입학시키는 일도 가능해졌다.
절차도 매우 간편하다. 지금까지는 입학유예나 조기입학을 하려면 해당 학교장의 확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론 부모의 판단만으로 12월 31일까지 신고만 하면 입학시기가 확정된다.
한 번 결정하면 번복이 어렵기 때문에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부모들은 학습능력에만 초점을 맞춰 입학연기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습능력 뿐만 아니라 자녀의 체력, 사회성이나 교우관계 등을 면밀히 관찰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가 체육시간이나 운동회, 체험학습 등에서 또래 친구들보다 유난히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이거나, 또래 친구들의 가벼운 장난이나 놀림에도 쉽게 상처받는 소극적인 성격이라면 입학연기를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
○ 입학연기가 능사는 아니다
입학연기를 결정했다면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다.
드물긴 하지만 같은 학년 친구들이 ‘형’이나 ‘누나’라고 부르라고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나이가 한 살 어린 친구들과 유치원을 한 해 더 다닐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이해시켜 수긍할 수 있도록 한다.
입학연기를 해 놓고 시간이 아이의 부족한 능력을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손을 놓고 있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서울 후암초등학교 채길자(1학년 부장) 교사는 “아이 성격이 소극적이어서 학교생활 적응이 우려된다면, 스스로 유치원 준비물을 챙기는 연습이나 신발정리 등 자립심을 기르는 훈련을 시켜주면 입학 후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성도 교수는 “또래보다 언어능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많은 친구들 앞에 서는 것을 유난히 두려워하는 등 정서적·사회적 발달에 문제가 관찰되면 전문가에게 보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