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여성] 이런 부모가 자녀 망쳐요--매일경제 | 기사입력 2008.07.17 04:10

여섯 살 된 아들 상민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김진경 씨(35ㆍ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최근 유치원 담임선생님에게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 등 폭력적"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의사와 상담했더니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짜증으로 푼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이한테 잘해줄 때는 무슨 짓을 해도 오냐오냐 하고, 내가 짜증이 날 때는 아이가 착한 일을 해도 신경질을 낸 게 문제였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스포일드 키드를 양산한 것은 결국 스포일드된 부모라는 지적이 대세다.
과거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사랑의 매'를 들고, 인자할 때는 인자했던 부모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인내심 없고 힘든 일이 생기면 자신이 부모면서도 부모에게 달려가 기대는 철없는 부모들이 아이들 훈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부모로서 자각이 없고 무조건 '우리 애가 최고'라는 비뚤어진 자식 사랑도 문제다.
서울에서 10년간 택시운전을 했다는 박 모씨(53)는 "아이와 함께 택시를 타는 부모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가 막힐 때가 많다"며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밖에 안 된 애를 앉혀놓고 돈이 최고라느니, 수준 낮은 가난한 집 아이들 하고 놀지 말라는 등 상식 밖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열 살 된 딸아이 생일잔치를 집에서 치러줬던 윤소영 씨(40ㆍ서초구 방배동)는 딸의 친구가 "아줌마, 이 집은 몇 평이나 돼요?"라고 물어보는 소리에 기절초풍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어느 아파트, 얼마나 큰 아파트에 사는지를 두고 아이들끼리 편을 가른다고 하더니 애들이 정말 당돌하기 짝이 없다"며 "학부모 모임에 가도 사는 동네에 따라 은근히 차별을 두려는 부모들이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에서는 고가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같은 동에 사는 아이들끼리만 놀면서 건너편 일반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왕따시키는 일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아이들의 대답이 뭐라고 돌아오는지 아세요? '우리 엄마가 수준 안 맞는 애들하고 놀지 말랬어요' 이렇게 대답합니다."(D초등학교 교사)

학교에 보내놓고도 선생님을 믿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작은 꾸지람조차 참지 못하는 과잉보호형 부모들도 문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심지어 잠을 자도 혼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하도 수업시간에 자고 떠들기에 아이를 나무랐더니 그날 오후에 당장 부모가 찾아와 '촌지 안 줘서 내 아이에게만 뭐라고 하는 거냐'고 따졌다"면서 "그나마 아이가 학원 공부 때문에 피곤해서 그러니 자게 놔두라고 좋게 말하는 부모는 양반"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동발달심리 전문가들은 "요즘 대부분 가정은 자녀를 한두 명밖에 두지 않고 있는 데다 부모들의 학력까지 높아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런 부모들은 돈만 있으면 남한테 굳이 잘 보이거나 비굴하게 월급쟁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줘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라는 데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남의 아이도 내 아이만큼 귀하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먼저 인식하고, 칭찬할 때와 나무랄 때를 분명히 구분해야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스포일드 어덜트(Spoiled Adult)로 자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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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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