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현실 탈출하고 싶다” 40대 가장 마초증후군 확산--헤럴드경제

"아빠가 없으면 우리회사 무너져."
중소기업 부장 권재현(41) 씨. 그는 요즘 퇴근하면 초등학생 4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을 상대로 허세를 부린다. 경기침체에 회사 사정은 말이 아니다. 구조조정 소문도 돈다. "아빠 회사는 괜찮아"라고 묻는 딸아이의 질문에 "우리 회사는 삼성전자보다도 튼튼해"라고 넘어가지만 마음속 씁쓸함을 지울수 없다.

권씨는 스트레스를 드라마로 푼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에던의 동쪽.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무일푼으로 고향을 도망쳐나와 '카지노 대부' 밑에서 야망을 키워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마초'가 된다. 주먹에 힘도 저절로 들어간다.

마초 증후군
이 확산되고 있다. '마초'란 '남자다운'을 뜻하는 영어 단어 'macho'에서 나온 말. 원래 이 단어는 여권(女權) 주의자들이 '남성 우월주의'을 비꼴 때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다시 한번 국민들을 일으켜 세울 '남성적 리더십'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자연스레 '강한 남성'을 다룬 드라마에 손이 간다. '에덴의 동쪽'과 같은 시간 방송되고 있는 '타짜'도 도박판에서 사고로 죽은 아버지에 대한 한 남자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

전국에 클래식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도 실력 하나로 오케스트라를 통솔하는 강한 남자 '강마에'(김명민)가 주인공이다. 대기업 부장 박모(43) 씨는 "시립 교향악단 지휘자인 '강마에'가 임면권자인 시장에게 큰 소리를 치고 오케스트라 단원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딱히 마초 소설을 아니지만, 역경을 딛고 강한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도 인기다. 가난한 청년에서 한국 문학계의 거성으로 우뚝 선 작가 황석영(65)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도 문학동네, 예스24 등 온?오프라인 서점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서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소설에는 고등학교 자퇴, 방랑, 일용직 노동자와 선원으로서의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 방북, 망명, 투옥에 이르는 황씨의 실제 행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동해금강병원 신경정신과 김기성 전문의는 "사람이 경제난 같은 어려움을 오랫동안 겪다보면 정신적인 반작용이 일어난다"며 "'마초'와 '허세'도 그런 사례들"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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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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