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열등감의 시대이다. 어찌보면 내가 열등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해도 매스컴이나 거리 곳곳에서 부딪치는 광고물이 그냥 두지를 않는 판국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나의 열등감을 부추김으로서 열등감이라는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돈을 가진 자만이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사회, 미모를 가져야 만이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간다고 이야기되는 사회, 몸매가 멋있지 않으면 이성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사회, 키가 작다고 회사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회, 신체의 장애가 있다고 냉대를 하는 사회가 개인의 열등감을 더 자극하고 있다.
열등감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도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열등감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체력, 용모, 능력 등이 열등하여 자신을 남보다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감정을 말한다. ‘융(Jung)’이라고 하는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는 콤플렉스(Complex)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아들러(Adler)‘라고 하는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는 열등감(Inferiority feeling= Inferiority Complex)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융이 사용한 콤플렉스란 단어의 의미는 ’우리의 가슴을 찔러 목메게 하는 마음속의 어떤 것‘을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누군가가 건드리면 생각이 갑자기 혼란스러워 지고, 얼굴이 굳어지면서 벌겋게 상기가 되고, 목소리가 떨리는 여러 신체적인 증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융은 나아가서 콤플렉스의 내용이 열등감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세상의 모든 희노애락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아들러가 말하는 ’권력에의 의지‘는 무의식 속에 내재해 있는 열등감을 과잉 보상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따라서 융이 말하는 콤플렉스는 아들러가 말하는 열등감보다 범위가 넓은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우리가 열등감을 얘기할 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베토벤, 나폴레옹과 같은 역사적인 인물들과 개그우먼 이 영자, 요즘 개그 콘서트에서 인기가 있는 여자 대 여자 코너의 강 남영 등등.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열등한 기능을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반동형성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현대사회에서 여자가 뚱뚱하다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열등감을 느끼는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있는 데 숨기기는 커녕 반대로 대중에게 모두 내 보임으로서 건강하게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열등감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열등감을 얘기할 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열등감을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해 나가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상기한 사람들은 승화, 반동형성 등의 건강한 방식으로 열등감을 극복해 나갔으며, 반면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라는 천재를 시기하고 모짜르트에 대해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살리에르는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종결되고 마는데, 아마도 심한 열등감을 극복해 나가는 데 있어 건강하지 등의 못한 투사 등의 개인적 방어기제와 대처방법을 사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개인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에서 성숙하고 현명한 자기감, 자존감을 갖는다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하다가도 사소한 열등감에도 몸과 마음의 고통을 지나치게 경험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라면서 엄마로 대표되는 양육자로부터 온갖 정성을 다 받게 된다. 아이는 엄마에게 눈빛으로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거기에 답하여 엄마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마주보며, 미소를 지어주며, 스킨쉽을 하는 데 이런 과정이 아이에게 건강한 야망, 자존감, 자신감을 심어주며, 한편으로는 이상화된 부모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내재화시킴으로써 참된 이상과 가치를 가지게 되고, 이러한 건강한 야망 그리고 이상과 가치가 합치되어야 성숙하고 건강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심리 상태가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되며, 그러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어기제 또한 미성숙하여 결국 본인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즉, 건강한 마음은 열등감을 현명한 방법으로 처리하지만, 미숙한 마음은 열등감을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처리하여 우울증, 불안증, 성격장애와 같은 여러 신경증적인 증상을 가질 수가 있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월감이 지나치다보면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대하여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고 자신의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 열등감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주위 대상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고, 친척들과도 만나고, 사회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거기에 반응하여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이나 대상을 우리는 자기대상이라고 부르는데, 인간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자기대상이 필요하고 자기대상을 통하여 자기감과 자존감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가 있고, 이러한 자기감과 자존감이 형성되어 있어야 열등감도 잘 처리해 나간다. 카네기는 말하기를 “자기의 결점에만 신경 쓰이면, 그 열등감을 고쳐줄 유일한 사람은 바로 당신밖에 없다.”라고 말하였으며, 북한산에 있는 도선사 입구에는 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쓴 돌과 萬物一切唯心이라고 쓴 돌이 나란히 있다. 즉 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나는 귀하디 귀한 존재이므로 언제나 성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기확신과 자기감이며, 萬物一切唯心이란 ‘세상의 모든 일들이 오직 내 마음에 달렸다’고 하는 평상심을 일컫는다.
열등감은 없을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현명하게 처리해 나가고, 얼마나 성숙하게 키워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열등감을 좀더 심도 깊게 들여 다 보면 핵심적인 두가지 범주가 나오는데 한가지는 ‘나는 무능력하다’는 믿음과 다른 한가지는 ‘나는 사랑 받을 수 없다’는 믿음 두 가지이다. 바로 이것이 나를 열등감이라고 하는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 된다. 열등감을 다루는 데 있어 기본 전제는 열등감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방법으로 다루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들은 어떠한 생각을 할 때 잘못된 방향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인지적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완벽하지 못하면 실패한 거야’라는 흑백논리, ‘성공한 게 순전히 재수다’라는 평가절하, ‘내가 뭔가를 잘못했을 거야’라는 자기 탓, ‘한번 안되니 계속 안되겠지’라는 일반화 등이 우리가 열등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마음속의 족쇄가 되는 것이다.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우선 상기한 인지적인 오류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 난 뒤에 내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해 본다. 둘째는 내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를 평가해 본다. 셋째는 믿음의 수정을 위하여 자기노출을 사용해 본다. 즉 마음을 열어 보라는 것이다. 넷째는 열등감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규정지어 본다. 그리고 난 뒤 현실생활에서의 지장 정도를 평가한다. 다섯째는 내가 열등한 부분이 있지만, 타인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장점도 있음을 알고 발굴해 본다. 여섯째는 나 자신의 삶의 계획을 장기적으로 구상해 본다. 일곱 번째는 자신의 열등감과 유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교류를 통하여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고 힘이 될 수가 있다. 일곱 번째는 타인과 나를 비교할 때 능력으로서 비교하지 말고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사람사이의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설사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하여도 내가 타인보다 덜 존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열등감은 있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서 긍정적인 부분도 보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한다. 100%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열등감으로 인하여 50%의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열등감은 무의식속에 감추어져 있어 숨기면 숨길수록 나의 의식세계는 혼탁해지고 감정적으로 견디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열등감이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을 통하여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난 뒤에는 나에게 부정적이고 열등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긍정적이고 우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열등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개인이 인격적으로 성숙해 가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