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음과 같이 답변하곤 한다.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부모가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둘째는 아이가 부모를 좋아해야 합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청소년기까지는 아이가 부모의 그릇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아이는 부모를 준거틀로 삼아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받는다. 어떤 부모들은 이야기한다. 이 아이가 하는 말은 나와는 전혀 다른데 어떻게 비슷하다는 말인가? 그러나 고집스럽게 부모와 전혀 다른 주장을 반복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마찬가지로 고집스럽게 아이의 주장을 꺾어 보려는 부모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또 다른 부모들은 말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자신과 달리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함부로 대한다고. 그러나 그 부모는 자기 자신 역시 아직 채 자라지 못한 아이의 한계를 이해해 주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매우 강력하게 받는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부모를 만나는 모든 시간에 걸쳐서 부모를 지속적으로 느낀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아이에게 직접 하는 말만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정반대이다. 아직은 언어를 통한 사고가 취약한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통해서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의 태도와 행동, 자신에 대한 반응, 정서와 표정에서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말로 그럴듯하게 훈계해도 훈계하는 부모의 태도가 훈계의 내용과 다르다면 아이는 내용이 아닌 태도만을 배운다. 다른 사람 처지를 왜 생각하지 않느냐며 짜증을 낼 경우 아이가 배우는 것은 배려가 아닌 짜증이다.
다음으로 부모 자신이 아무리 성숙한 인격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소용이 없다. 아니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부모의 모습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저절로 닮아가는 것이 아이의 인격 형성 과정인데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일부러 부모의 반대편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몸을 움직인다. 반대로 아이가 부모를 좋아할 경우 특별히 부모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배우고 바뀌어간다.
결국 좋은 아이를 만드는 것은 부모 자신의 성숙의 과정이다. 아이보다 한 걸음 먼저, 또는 아이와 동시에 좀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려는 노력을 통해 아이도 성숙에 이를 수 있다.
아이 키우기 참 어렵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한 번에 두 가지 모두를 잡을 수 있다니, 두 마리 토끼를 따로 잡는 것보다 낫지 아니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