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김모(10ㆍ여) 양은 얼마 전부터 책상에 앉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던 김양은 최근 김포에서 서울로 전학한 후 성적이 떨어져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점차 식욕이 떨어지고 말수도 적어지더니 최근에는 자다가 공부 걱정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도 잦아졌다.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 가는 김양을 보다 못해 어머니가 병원에 데려갔다. 진단명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김양의 어머니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면서 "나이가 어려서 우울증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스트레스가 욕구불만, 정서장애, 학습부진 불러와
이처럼 최근 스트레스로 인한 소와 정신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부모들의 욕심이나 가족들의 기대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질환 발병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원 스케줄에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도 이를 더욱 부추긴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이분희 교수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욕구불만이나 정서장애, 학습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언어를 통해 감정적 문제를 표현하고 해소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행동이상으로 나타나거나 아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양의 사례에서 보듯 우울증은 어른과 청소년뿐 아니라 소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소아 우울증의 경우에는 우울감, 불안 등 일반적인 증상 외에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며 부모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한다. 또한 몸이 아프거나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등 신체적인 증상도 동반된다. 대인관계에도 변화가 생겨 친구들과의 관계가 갑자기 변하거나 신경질적으로 사람을 대하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는 죽고 싶다는 표현을 하거나 자해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소아 우울증 "나 우울하다"고 표현 못해
그러나 소아 우울증을 가진 아이들은 스스로 '내가 우울하다'는 것을 이해 못해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무엇이 싫다' 혹은 '무엇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감정의 기복이 심하거나 특이한 행동변화가 보일 때, 혹은 힘든 점을 호소할 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아이와 대화함으로써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이분희 교수는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부모와 함께 찾고 익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부모가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아이의 생활과 행동을 살펴보아야 아이의 변화를 빨리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함께 아동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정신적 장애가 바로 '주의력 결핍ㆍ과잉행동 장애(ADHD)'다. 이 질환은 유치부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나타나며 주의력 산만 및 과잉활동, 충동성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산만해지거나 발에 모토가 달린 듯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을 하는 등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면 ADHD를 의심해 볼 만하다. ADHD 환아는 학교생활이나 또래관계에서 실패를 많이 경험하며 이 때문에 자신감 저하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어린이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모들의 본격적인 고민도 시작됐다. 올해는 또 어떤 선물을 주어야 할지, 혹은 어디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지 등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평소 아이들이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모는 드물다. 이분희 교수는 "아이들의 이상행동에 대해 '어려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부모가 이 어려움을 알아주길 바라는 아이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으므로 대화하고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선물보다 먼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