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학교 안가려 떼쓰는 아이, 너그럽게 대하면 더 나빠지죠--[중앙일보 권병준]

초등학교에 입학한 상진(가명)이는 매일 아침 배가 아프다고 울면서 학교 가기를 거부한다. 어르고 달래서 학교 앞까지 가더라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뻗대기 일쑤다. 부모가 학교 복도에 서서 상진이의 마음이 안정되도록 지켜본 적도 여러 번이다.

 

마음고생을 하던 부모는 결국 병원 문을 두드렸다. 아이의 진단명은 '분리불안장애'였다.

 

스트레스가 '분리불안장애' 만들어

 

아이에게 분리불안 증상이 있다면 등교를 시킬 때 엄격해야 한다.

 

분리불안장애는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일종의 정서장애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공동체 생활은 엄격한 질서, 규칙적인 시간 관리가 요구되고 때론 선생님의 엄한 꾸중을 들어야 하므로 아이는 어른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보통 부모와 떨어지는 입학 한두 달이 지났을 때 가장 많이 병원을 찾는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부터 2010년까지 월별 병원 방문자 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인 2월엔 평균 201.4명이 병원을 찾지만, 입학 후인 3·4월에는 각각 232명, 247.2명으로 20% 증가했다.

 

 분리불안장애는 '엄마가 나를 두고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생긴다. 보통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길어야 한 달 이내에 적응한다. 이 기간이 지나도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한다면 분리불안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보통 외동아이나 늦둥이, 할머니·할아버지 또는 예민한 성격의 어머니가 키우는 등 밀착된 가족관계에서 성장한 아이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부부싸움과 같이 가족 간에 불화가 있거나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 형성되지 않아도 아이는 불안을 느껴 계속 부모 곁에 있으려고 한다.

 

  신동원 교수는 “아이가 낯선 장소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두통·복통과 같이 신체 증상이 동반되고, 혼자 잠자리에 들기를 거부하거나 반복적으로 악몽에 시달리면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동·늦둥이 증상 심해 … 부모 불화도 한 원인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가 분리불안장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아이가 받는 교육·사회적 기능이 손상됐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는 또래 집단과 어울리지 못할 뿐 아니라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리불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동현 교수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심하게 떼를 쓸 때 집에서 쉬게 하면 다음 날 아이의 의존성이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부모의 관용이 아이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아이를 속이거나 약속을 어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신동원 교수는 “분리불안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학교에서도 계속 같이 있겠다고 말하고 살짝 빠져나오면 아이는 더 완강히 학교 가기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속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꾸 이러면 엄마가 못살아”라고 겁을 주는 말도 금기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

 

분리불안장애 어린이는 부모로부터 서서히 분리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아이가 엄마를 볼 수 있도록 근처에 앉아 있다가 안정을 찾으면 위치를 복도가 보이는 창가 쪽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운동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거나, 책가방 등에 아이가 좋아하는 소지품·사진 등을 넣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보호 속에 자란 아이에겐 의존 성향을 줄여나가는 치료를 받게 한다. 아동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놀이를 통해 극복하도록 돕는다.

 

 부모의 불안을 줄여주는 교육도 효과적이다. 안동현 교수는 “아이는 부모의 불안을 직감적으로 알아 더 불안한 상태가 된다”며 “부모가 먼저 감정을 조절하는 교육을 받는 것도 아이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분리불안장애=집이나 애착대상에서 떨어질 때 심리적 위축, 무감동, 신체적 통증을 보이는 정서장애. 성장하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무심코 방치하면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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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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