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분노·짜증·핑계… 청소년 30% '반항 장애'

■ '말 안 듣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적대적 반항 장애(ODD)' 강연 지상 중계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말을 안 듣니?"

이 말은 엄마의 넋두리나 잔소리가 아니다. 엄마의 호소이자 애원이다. 걸핏하면 대들고, 아무리 긴요한 말을 간절히 해도 못들은 체하는 아이를 둔 엄마의 절규인 것이다.

엄마들도 처음엔 이런 아이들의 반항을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달래도 달라지지 않고, 꾸중하면 오히려 더 엇나간다. 고치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될 즈음이면, 엄마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아이의 반항이 병일 수 있다면? 좌절하는 엄마가 늘어날 것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많이 들었지만, 적대적 반항장애(ODDㆍ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를 아는 부모는 드물다. 최근 반항 장애에 대해 부모의 관심을 끌 만한 강연회가 마련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지난 7일부터 7월 초까지 전국 70곳에서 잇달아 '말 안 듣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를 주제로, 학부모 무료 강연회를 열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낯선 반항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양육 방법을 안내하는 자리다.

이 강연회가 마련된 배경은 이른바 '반항하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지난 4월 이 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반항 장애는 심각하다. 모두 341명의 초ㆍ중ㆍ고교생과 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반항 장애 청소년이 무려 30.2%(10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4명은 중등도 이상이었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10명 중 3명은 반항 장애를 겪고, 2명 꼴로 그 수준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반항이 심한 아이일수록 학습 문제가 심각했으며, 행동이나 정서 문제도 드러났다.

반항 장애는 도전적 행동이나 반항, 짜증과 과도한 분노, 사소한 규칙을 어기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지나친 핑계, 토를 달면서 남의 탓하는 행동 등이 6개월 이상 계속될 때를 말한다.

이 학회의 서천석 홍보 이사(서울신경정신과 원장)는 "반항 장애에 해당하는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평점이 22.5점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8.8점)에 비해 높은 결과를 보였다."며, "결국 아동의 반항성은 아동을 넘어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연장의 분위기는, 반항 장애의 심각함에 따른 놀라움, 진작에 관심을 갖지 못했음에서 오는 회한, 새로운 정보에의 목마름, 양육 방법을 제대로 찾으면 치유할 수 있겠다는 기대와 진지함이 뒤섞여, 혼란스럽지만 화음을 이뤄가는 합창 리허설 같았다.

말 잘 들을 때보다 안 들을 때 더 관심을

"말 안 듣는 아이는 뇌의 전전두엽이 관장하는 실행 기능이 떨어지므로,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더욱 필요합니다." 천근아 교수는 말을 잘 듣는 아이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일을 구구단과 미분·적분 문제를 푸는 것에 비유한다. 부모에게는 그만큼 힘든 일이므로, 적절한 시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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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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