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퍼온 어떤 아버지의 글
제 어릴적 이야기를 주저리대고 싶습니다 ^^
저는 7살때까지 아버지와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7살에 아버지를 만났는데.. 정말 어색했습니다. 아버지도 절 어색해하셨고 저보다 4살 어린 동생을 더 이뻐하셨지요. 자라오면서 아버지께 사랑받은 기억은 잘 없습니다. 지금이야 지나가는 말로 아버지께 절 사랑했냐고 여쭈면 그렇다고 하시지만 어릴때 따뜻한 말이나 행동을 받아본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웃으며 이야기한 기억보다 아픈 기억이 잘 남는지라 심한 말이나 상처받은 행동만 기억에 가득하네요
16살때 요로결석으로 아파서 구를때 급히 응급실로 운전하는 아버지를 보며 사실 어쩌면 날 사랑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3살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이말이 기억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뭔가 시도하다 잘 안되면 니가 그렇지 뭐.. 라든가 때려치우고 다른거나 해라.. 라든가 이런말을 들었고 그런식으로 해서 되겠어? 라든가.. 네가 뭘하겠냐라는 조소 어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농담이든 진담이든 저는 아버지께 인정받거나 이해받은적이 없었고
넘어졌을때 다시일어나도록 위로받고 지지받은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제 장점을 인정한 사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친척 작은 어머니였는데 미술에 소질 있다며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미술을 좋아하게 된것이요..
어머니 조차도 제 장점에 대해 인정하기 인색하셨고, 제가 잘하는 게 있으면 당신의 통제에서 벗어날까 하여 가두고 숨기셨던 것 같습니다. 편부모 아래서 자라 그랬다고 하시지만 그 덕에 제가 잃은 것이 많습니다. 엄마와 같이 살며 과잉보호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인정한번 받아본 적이 없는 그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실패를 참 두려워했습니다. 아버지의 조소 어린 말이 싫었고, 부모님의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반응이 죽기보다 더 싫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너는 안될거야 너는 이 정도 까 지는 못 할거야 네 한계는 여기까지 인 것 같다는 식의 무의식적 행동과 말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았던 저는 자연히 그 부분을 경계로 정하고 딱 그 부분까지만 했습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정한 한계에서 안주하고 싶었고 실패가 두려웠고 넘어졌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부모님의 실망이 너무나 싫어서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성격도 이상해져서 친구도 거의 없었고 소극적이 되었고.. 왕따도 당하고 손톱도 물어뜯고 그랬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절 겁이 많다고 하셨는데 정말 겁이 많아져 버렸습니다. 항상 동생과 비교하였고 동생의 용기와 적극성을 높이사고 저를 동생보다 못한 자로 낙인 찍었습
니다. 그게 분했던 저는 동생을 자주 괴롭혔지만 부모님이 정한 그 낙인의 벽을 결국 넘지는 못하였습니다. 저 스스로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믿어버린 것입니다.
초등학교때 성적은 그냥 상위권이었습니다. 중학교때 10등 왔다갔다했는데 한번 열병이 났습니다. 심하게 아프고 나서 공부도 별로 못한채 시험을 치뤘는데 단 1개만 오답을 내고 다맞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그때 기쁘기보다 두려웠습니다. 다시는 이런 성과 못낼까봐. 실패가 더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생각보다 능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고등학교때 반 배치고사를 보는데 난로 옆이라 졸면서 보았습니다. 전교 40몇등해서 우수반에 갔습니다. 그런데 곧 쫓겨났습니다. 성적이 떨어졌으니까요. 저는 부모님 앞에서 잘보이기 위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흉내는 내봤어도 진정한 자기공부 란걸
해본적이 없었기에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스스로 공부한다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요행이 몇번 우수한 성과를 낸 것도.. 아기때부터 보였던 독특한 기억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이것 때문에 절 가두어 키웠다고 하시지만 이해가 가진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반에서도 10등 안밖.. 내신은 딱 중간...그러다가 고3때 수능 보았는데 성적이 괜찮게 나왔습니다. 나는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반대했습니다. 지금것에 만족하라면서요.. 저는 실패를 통해 배우지 못했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안했으니까요. 저는 부모라는 이름의 타인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욕심도 꿈도 없었고 제 공부란 걸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몰랐습니다. 왜 해야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랐습니다. 불편한 기억들.. 부모님의 실망이나 기대같은 힘든 감정과 얽혀있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실패하면 고통이 따르는 그런 것이 제게 공부라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싫었습니다
저는 평가받기 보다는 인정받고 절 믿어주길 바랬지만 기억 속 세상 누구보다 잔인한 평가자가 제 부모님이었고 제가 다 크기도 전에 부모님은 절 재단하고 규정해버렸으며 제 한계를 지으셨습니다. 제가 20에 완성될지 30에 완성될지 아니면 모세처럼 80에 완성될지 아무도 모르건만.. 어릴때의 제 기억은 아직도 제 안에 남아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절 아직도 괴롭힙니다
저는 이제 아이 아빠입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 큼은 자력으로 해주려고 합니다. 하고싶은 게 있다면 끝까지 지지해주고 싶습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글꼴을 배운다 해도 끝까지 아빠는 네 편이며 넌 언젠가 세상을 놀라게 할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공부를 못한다 해도 성적은 단기적 지표일 뿐 너의 최종 지표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른애들보다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네가 조금 천천히 자라기 때문이고 다 완성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여기까지 왔습니다
굳이 제 이야기가 아니라도 공부를 못하던 아이가 세상을 놀라게 할만큼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변하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만약 제 아버지가 너는 공부는 글렀으니 기술이나 배워라 라고 했다면 저는 여기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거둔 몇번의 좋은 성적이.. 부모님에게 있어.. 제가 공부에 소질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