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보드게임 한판’ 집중력 키우지요--한겨레

[한겨레] "아이가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내요. 말을 걸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요."

 

주말을 맞아 아이와 얼굴을 마주한 부모. 오랜만에 시간을 내 아이와 놀아 주고 싶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교외로 나들이를 가려니 북적이는 교통이 걱정이고, 집안에 있자니 오락에 열중하는 아이에게 "숙제하라"는 잔소리만 늘어 간다.

 

이럴 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되는 '보드게임' 한판 어떨까?

 

■ 보드게임이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접했을 법한 '블루마블'처럼 일정한 규칙에 따라 2명 이상이 놀이를 해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다. 형식은 우리 전통놀이인 '윷놀이'와 비슷하지만 주로 주사위를 던져 순서를 정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윷놀이 외에 화투나 카드놀이도 큰 범주에서 보면 보드게임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보드게임은 발달상황에 따라 조금씩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 만 5살 정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여가문화 연구단체인 휴먼티아르 연구소 김미정 소장은 "보드게임을 하면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나이에는 차례 지키기, 다른 사람 존중, 원활한 의사소통 등을 배울 수 있어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교육적 효과도 만점=

 

아이가 한번 보드게임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집중을 하게 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대부분의 아이들은 산만하거나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데, 게임을 하면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이기고 지는 '승부'에 대한 개념도 생겨 집중력이 한층 높아진다. 다양한 보드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휘력은 물론 숫자에 대한 개념과 계산능력, 상황 이해와 판단능력도 저절로 익힐 수 있다. 다섯살짜리 아들을 둔 김선정(33·경기 성남 분당구)씨는 "요즘 아이가 '치킨차차'라는 보드게임을 자주 하는데, 같은 그림 맞추기와 카드 뒤집기를 하더니 기억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놀이를 하자고 졸라댄다"고 말했다.

 

보드게임은 2명 이상이 함께 하기 때문에 규칙에 적응하는 '규범성'과 '질서의식'도 배울 수 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기를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엔 한글과 함께 간단한 영어로 표기된 보드게임도 많아,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도 익힐 수 있다.

 

덕성여대 아동게임센터 이경옥 교수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과 연관된 그림을 그리거나 카드를 만드는 등 교과과정과 연관시켜 보는 것도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치료 목적으로도 이용 가능=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나 학습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는 놀이를 통한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나무블록을 쌓는 간단한 놀이부터 물건을 팔고 돈을 벌어 땅을 사는, 난이도가 높은 놀이까지 다양한 게임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상태에 따라 적용해 볼 수 있다. 김미정 소장은 "2년 전 한 병원에서 놀이를 통해 주의력 장애 어린이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공격성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특히 과잉행동 성향을 보이는 어린이는 참을성이 부족한데, 차례를 지키는 훈련에 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친구를 괴롭히고 '왕따'를 시키는 배타적인 아이들에게도 효과가 크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고 쉽게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 효과적인 활용방법=

 

유·초등 아이들에게 '이기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때론 보드게임에서 졌을 때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떼를 쓰거나 우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무조건 아이 뜻대로 져 주거나 반대로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 이경옥 교수는 "승부욕이 강한 아이일수록 졌을 때는 왜 졌는지, 이기려면 어떤 전략을 쓰는 것이 좋은지 대화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며 "결과에 승복하는 방법을 일깨워 주고 이긴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이 아닌 또래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 우리 아이가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판단이 느리다고 해서 엄마가 흥분해 게임에 끼어들거나 혼을 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흥미가 떨어지거나 심하면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대개 보드게임은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하게 되기 마련이므로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나이에 맞는 난이도 고르세요

 

아이가 보드게임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무엇보다 아이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너무 어려운 게임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 5~7살=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한 시기이므로 시각·촉각·청각을 자극할 수 있고 규칙이 간단한 게임이 적합하다. 우선 부모님 등 가까운 가족과 대화를 하며 즐길 수 있는 쉬운 게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무블록을 층층이 쌓아 탑을 만든 뒤 쓰러뜨리지 않고 하나씩 빼내 맨 위에 올리는 '젠가'는 가장 많이 알려진 유아용 보드게임이다. 또 매달려 있는 원숭이를 떨어뜨리지 않고 주사위 색깔과 같은 막대기를 하나씩 빼는 '텀블링 몽키스'는 알록달록한 색깔과 원숭이들의 아슬아슬한 모습이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 8~10살=

 

이 시기에는 경쟁과 협동이 가능하며, 다른 사람을 견제하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고력·수리력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 '할리갈리'는 1~5까지의 숫자만 세면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이다. 바나나·복숭아·딸기·오렌지 등 네 가지 종류의 과일카드를 똑같은 수로 나눠 가진 뒤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카드를 책상 위에 한 장씩 내려놓는다. 같은 과일카드가 5장이 되면 책상 위에 놓인 종을 재빨리 흔들면 된다.

 

● 11~13살=

 

상대가 가진 패를 유추하는 심리·전략게임이 제격이다. 0~11까지 숫자가 적힌 흰색과 검은색 블록과 조커블록을 나눠 갖고 상대가 볼 수 없게 순서대로 세워둔 뒤 책상에 남아 있는 블록과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가진 숫자를 알아맞히는 '다빈치코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테이크 잇 이지'는 일종의 빙고게임으로 게임 참가자들이 각자의 보드판과 타일로 세 가지 색깔의 길을 보드판 위에서 연결하는 게임이다. 어떤 색깔의 길을 연결해야 가장 효율적이고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지 전략 전술을 잘 짜야 해 집중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아이에게 맞는 게임 고르기=

 

인기가 있다고 무조건 게임을 사는 것은 옳지 않다. 평소 아이의 생각하는 속도와 손의 움직임, 성향 등을 파악해 보고 게임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보드게임 카페를 방문해 아이의 흥미도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보드게임 동호회나 이웃을 통해 게임을 빌리거나 서로 바꿔 이용하는 것도 경제적 부담을 더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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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8-04-01

조회수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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