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가 필요한 일을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까? 예 / 아니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가진단 테스트가 유행이다.
ADHD는 집중이 어렵거나 충동 조절이 어려운 질환으로 대개 12세 이전 학령기 아동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성인들 사이에서도 ADHD를 겪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나도 성인 ADHD 환자인 것 같다”는 청년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 ADHD를 질환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인 ADHD 자가진단표가 확산하고 있다.
대학생 김서정(가명·24세) 씨는 “평소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일을 벌이는 편”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가진단을 해봤는데 성인 ADHD가 의심된다고 나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20대 성인 ADHD 증가 추세...인지율 낮아
ADHD는 보통 12세 이전에 발병한다. 뇌의 전두엽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환경보다는 유전적인 부분이 원인이다. 주된 증상은 주의산만, 충동성, 과잉행동 등이다.
다만 ADHD가 소아 청소년의 전유물은 아니다. 대한소아청소년학회에 의하면 성인 인구의 약 3~4%가 ADHD를 가지고 있다. 국내 성인 ADHD 환자만 약 82만명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DHD 진료를 받은 성인은 2006년 431명에서 2017년 8214명으로 10년 동안 약 19배 급증했다. 2012년부터만 놓고 보면 56.1% 증가한 셈이다.
특히 20대 사이의 성인 ADHD 진단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건강보험 가입자 중 25~29세 환자가 가장 크게 증가(1795명, 전년 대비 65.9%↑)했다.
의료계에서는 국내 성인 ADHD 환자를 약 82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약 8200명에 그친다.
그만큼 스스로 성인 ADHD 환자라는 인지율이 낮은 것이다. 잠재된 성인 ADHD 환자들은 집중을 못하거나 자주 깜빡하는 등의 증상을 ‘성격 문제’로 치부한다.
박창증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성인 ADHD는) 소아 ADHD와 비교할 때 과잉행동보다는 주의력 저하 증상이 잘 나타난다”며 “집중력 저하는 눈에 띄는 증상이 아니어서 성격의 문제로 여기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청년층, 업무·학업 집중력 저하로 ADHD 우려
김 씨의 경우처럼 커뮤니티나 언론을 통해 성인 ADHD를 의심하는 청년들이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형진 신림평온정신의학과 원장은 “언론이나 각종 매체의 영향으로 20대 젊은 층에서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 원장도 “최근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 저하로 인한 업무나 학업 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찾아온다”고 했다.
정신과 전문의 10명이 집필한 ‘가족심리백과’에 따르면 20대 ADHD는 아동기의 ADHD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아 직장에서 문제가 되거나 학업에 집중을 못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주로 쉽게 일을 그만두거나 인간관계 유지에 서툴고, 중독적인 성향을 보인다.
전 원장은 이에 대해 “소아기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증상들이 성인이 된 후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에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초기 치료 중요...전문가 “증상에 대한 홍보 필요”
전문가들은 성인 ADHD가 이직이나 해고, 우울증 등 다양한 문제를 동반할 수 있어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성인 ADHD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퇴직률이 2~4배 높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 1인당 연간 약 500만원(4336달러)에 달하는 업무 손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가 심각해지면 일상적인 삶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성인 ADHD 환자의 84%는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동반 질환에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공황장애부터 알코올 남용이나 도박장애 같은 중독의 문제까지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적인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성인 ADHD로 인한 더 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스스로 질병을 인지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ADHD로 인해 사회에 나설 기회를 잃는 것은 국가 경제적 손실”이라며 “성인 ADHD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형진 신림평온정신의학과 원장 역시 “증상과 질환에 대한 홍보를 해야 한다”며 “(성인 ADHD를) 단순한 습관이 아닌 질환의 영역으로 인식해야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인 ADHD는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돼야 하며 전문가 상담을 거쳐 진단된다.
(자료=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