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뭔가 잘 되고 있을 때보다 그 반대일 때 더 관심을 기울인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잘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으면 그냥 덤덤하게 지나친다.
반면 문제가 생겼을 때는 관심을 갖게 된다. 문제란 뭔가 잘못돼 간다는 신호이며 해결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격려와 칭찬을 하기보다는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는 때가 더 많다.
그러나 미국 심리학자 로젠탈(Rosenthal)과 제이콥슨(Jacobson)은 현재는 뭔가 기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더 잘 할 수 있음을 믿고 격려하는 것이 결국 상대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다.
이후 여러 연구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이를 연구했는데, 예컨대 한 연구에서는 간단한 언어 검사를 실시하고 교사들에게 '언어 능력이 뛰어난' 아동들 명단을 알려줬다.
이들은 검사 점수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선택된 아이들이었지만 3개월 후 재검사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실제로 훨씬 더 큰 향상을 보였다. 능력이 뛰어난 아이라는 교사 기대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교사들은 이 학생들에게는 다른 학생에 비해 언어수업에서 더 많은 기회를 줬으며, 그 과정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사 수행이 좋지 않을 때도 나무라기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히려 더 격려해 줬다.
이러한 격려와 칭찬 덕분에 아이들은 진전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기대는 상대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부모에게도 아이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이 기대에 따라 아이는 변화한다. 일상에서 부모가 가진 기대를 아이에게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칭찬이다.
심리학에서는 칭찬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하나도 안 틀리다니, 너는 정말 똑똑하구나"와 같은 개인 능력에 대한 칭찬과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다니, 정말 장하구나" 같이 노력한 과정에 대한 칭찬이다. 개인 능력에 대한 칭찬에는 아이 재능을 부모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아이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고 머리가 좋은지를 보여주려는 데 계속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제대로 맞췄는지 그 결과가 중요하므로 능력에 비해 쉬운 과제만 하고자 한다. 실패하지 않는 것에만 신경쓰기 때문에 도전에 직면했을 때 회피한다.
한 번 실패하고 나면 "나는 능력이 안 돼. 머리가 나빠"라며 쉽게 좌절하고 분명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안주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가 기울인 노력과 과정에 대한 칭찬을 계속하면 아이들은 결과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과정에 초점을 두게 된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더욱 기쁘지만 결과가 안 좋다 하더라도 능력이 아니라 노력 탓이므로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게 된다. 새로운 도전에 부딪쳤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고 실패가 거듭된다 하더라도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것이다. 그만큼 더 많이 얻게 되는 도전 기회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칭찬 유형이 뇌 자체 활동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간 능력에 대한 믿음을 측정한 후 두 집단으로 구분했다. 한 집단은 현재 능력이 중요하다고 믿는 학생들이었으며, 다른 한 집단은 노력을 강조하는 학생들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이 대답하면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줬다. 피드백 중에는 단순히 정답인지 오답인지를 알려주는 것과 정답과 함께 정답을 얻기 위한 도움말을 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각각에 대해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학생들 뇌는 오로지 자신의 대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알려주는 결과에 대한 피드백에만 반응했다.
그들의 뇌는 문제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 주어질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반면 노력을 중시하는 집단에서는 답이 맞고 틀림뿐만 아니라 정답을 얻기 위한 도움말 등에 반응이 일어났다. 이렇듯 배움 폭을 넓힐 수 있는 피드백에 반응을 보인 뇌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는 집단이었다.
바로 이런 학생이 현재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능력은 기대한 바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탐색과 도전 기회를 피하지 않는 이들이 결국 조금 더 나은 성취를 하기 마련이다.
성공 앞에서는 누구나 즐거워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련과 실패에 대한 대응이다. 아이들 앞에 놓인 긴 인생 여정에 얼마나 많은 시련과 실패가 있을 것인가. 그때마다 부모가 옆에서 일일이 도와줄 수는 없다. 실패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탄력성을 길러줘야 한다. 노력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칭찬을 계속한다면 성공의 기쁨을 즐길 수 있는 것만큼 실패와 좌절 앞에서 낙심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질 수 있다.
부모가 가진 칭찬 습관이 이렇게 큰 힘을 낸다는 것을 한 번 정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