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아이의 장점 칭찬 … 자존감 높여 주세요--중앙일보

[중앙일보] 초등학교 4학년생인 민지(가명) 엄마는 최근 영어학원 선생님에게서 불쾌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얘기인즉슨 "민지의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아 수업 분위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어요. 소그룹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기에 학생 하나하나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데, 민지는 말을 잘 안 하고 자꾸 뜸을 들인다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엄마 마음이 좋을 리 없지요. '얘가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이런 전화가 다 오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관대하지 못한 선생님께 서운한 마음도 들었겠지요.

하지만 민지는 원래 꼼꼼하고 신중한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실수하길 꺼려해서 영어로 말할 때도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기보다 머릿속에서 완벽한 문장을 떠올린 뒤 말하려고 하지요.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매사 느리고 자신감 없고 답답한 아이로 보일 겁니다. 이것이 민지의 이야기만은 아닐 겁니다.

이렇게 학생들 개개인의 독특한 내면이 이해되지 못해 열등생으로 낙인되고 스스로도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주도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아이는 성급하고 고집이 센 아이가 돼 버립니다. 활달하고 사교성이 좋은 아이는 시끄럽고 산만한 아이로 보여질 수 있지요. 또 온화함과 포용력을 갖춘 아이가 결단력이 없는 아이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가끔 학생들에게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장점을 쉽게 떠올리지 못합니다. 공부나 운동처럼 뭔가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만 장점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죠. 대신 단점은 수도 없이 떠올립니다. 주변에서 수없이 들어온 부정적인 평가를 자신의 실체로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자존감부터 높여줘야 합니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학습동기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 자존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라는 통계를 제시하는 교육심리학자도 있습니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는 자신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고 학습에 적극적으로 도전합니다. 자연히 학업성취도가 높을 수밖에요.

그렇다면 자녀의 자존감을 높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존감을 높여주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장점과 탁월성을 읽어내고 아이들에게 인식시켜줘야 합니다. "넌 왜 그렇게 뜸을 들이냐"고 말하는 대신 "넌 좀 더 완벽하게 말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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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8-06-25

조회수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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