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부모와 아이 몸 부딪치며 놀아라---한겨레 | 기사입력 2008.07.06 16:41

우리 모두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키우는 게 정상이다. 내게도 아이 교육과 관련해 돌이키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내 아내가 최근까지도 예전 나의 무지함의 증거로 드는 게 바로 아이와의 놀이 방식이다.  

 

나 역시 보통의 아빠처럼 바쁘게 살았고, 시간이 없어 주말에나 아이를 보곤 했다. 귀한 시간인 만큼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5~6살 때부터 다이아몬드 게임을 즐겨 했다. 그 게임은 아이들의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나는 즐긴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내는 아이들이 마지못해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아내는 나에게 아이와 몸으로 부딪치는 놀이를 할 것을 주문했는데 나는 머리 쓰는 게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 기억에 아이가 어렸을 때 나와 몸으로 부딪치고 노는 놀이를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의 아동 발달 이론에서는 아이들과의 접촉을 동반한 놀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감을 활용한 자극이 뇌 발달을 활성화한다는 게 입증돼 '피부는 표면에 있는 뇌'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지능 발달을 돕도록 팔씨름·레슬링·말타기 등과 같은 신체적 놀이가 단순히 머리 쓰는 놀이보다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오늘날 놀이의 측면에서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신체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점차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은 아이의 외적 요구와 내적 자원 사이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으며, 신경과민, 집중력 부족처럼 스트레스와 불안 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심하면 발달 가능성까지 방해를 받는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 보다.

부모와 잘 놀면 어떤 유익함이 있을까? 첫째, 부모와 함께 즐거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아이의 성장에 내적 자원이 된다. 둘째, 부모와 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갖게 되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게 한다. 셋째, 아이가 최상의 각성 수준을 유지하게 해 지루해하거나 흥분하지 않게 함으로써 집중력을 높인다. 넷째, 자신의 결정을 통해 어떤 상황을 극복하게 됨으로써 환경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주어 자기 확신을 키워주고 지적 성장을 촉진한다. 다섯째, 아이가 언어의 사회적 측면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실질적인 언어 발달을 가져온다. 최근 방한한 '기너트 교육법'의 창시자이며 <부모와 아이 사이 >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앨리스 기너트가 한국의 교육 현실을 보고 한 말이 자꾸 귀에 맴돈다. "8∼18살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실컷 놀 수 있는 아이다운 시기를 놓치는 것은 슬픈 일이고 또 그런 상황을 강제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몸을 움직여 운동하고 신나게 노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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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8-07-21

조회수3,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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