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칼럼

고집 부리고, 짜증 내고, 떼쓰는 아이 교육법

고집, 짜증, 떼. 다 아이에게 제 생각이 생겼다는 징조이므로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고집은 키워주되 짜증은 달래고, 떼는 잡아야 아이 기르기가 편안하고 아이도 행복해진다. 아이가 내 곁에 살아 있음에 고집 부리고 짜증 내고 떼쓴다고 여기면 어떤 행동도 다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짜증 내지 않는 아이로 기르기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 제철이 아닌 옷을 입고 나서겠다고 고집하고, 때론 작은아이가 누나의 꽃무늬 블라우스는 물론 드레스를 입고 외출하겠다고 보채기도 했다. 또 작은아이는 길을 가면 언제나 제가 제일 앞서서 걸어야 했다. 가족 누구라도 제 앞에서 가는 것을 견디지 못해했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작은아이에게 우선 문을 열어주어 혼자 먼저 들어가 숨고, 우리는 조금 있다 들어와 아이를 찾아주어야 했다. 고집은 자기 주장이라고 생각해 어이없는 숨바꼭질과 같은 갖가지 바람과 고집을 부려도 다 들어주었다.

 

하지만 짜증 낼 때는 다르다. 이유 없이 부리는 짜증은 잘 다독이면 가라앉는다. 말을 겨우 할 무렵까지는 엄마가 조용히 소리를 낮추고 아이를 품고 토닥이면 아이의 짜증은 사라진다. 아이가 말을 할 줄 알고 알아들을 무렵이 되었을 때 짜증 내면 이렇게 했다. 아이를 꼭 껴안고는 염불 외듯 속삭였는데 아이는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하는 아이를 껴안은 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네가 엄마 뱃속으로 왔을 때 엄마랑 아빠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단다.”아이는 계속해서 짜증을 내면서도 사이사이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의 속삭임이 궁금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잠깐 들어보니 자신의 탄생 신화다. 엄마 소리가 너무도 작으니 짜증을 멈추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용해진 것이다. “아이가 자라서 배가 아주 불러졌어. 아이가 배를 발로 뻥뻥 차는 거야. 축구선수가 나오려나 했지.”“어느 날은 아이가 점잖게 몸을 움직이기에 양반이 나오려나봐 하고 아빠한테 말했어” 하면 아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엄마, 양반이 뭐야?” 아이가 짜증을 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기도로 바꾸어 아이를 대하니 아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조금 더 자라서 이유 없이 짜증 내며 말하면 얼굴을 들여다보며 “예쁜 우리 왕자님, 예쁘게 말해야지” 했다. 점차 짜증 내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아이를 기르다 보니 내가 짜증 내지 않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를 낮춰라

떼쓰는 행동은 잡아야 한다. 아이가 길에서 장난감 사겠다고 떼쓰고 울면,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니 가던 길을 멈추고 집으로 데려왔다. 장난감을 언제 얼마나 사야할 지 알린 다음 규칙을 서로 잘 지키도록 노력했다. 이렇듯 무조건 떼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미리 가르쳐줘야만 한다.

 

어느 날 네 살 된 아들이 “우유 줘” 하고는 괴성을 지르며 떼를 썼다. “말할 수 있는데 왜 소리를 질러. ‘우유 주세요’ 하면 줄게”라고 낮은 소리로 말한 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아이는 그래도 더욱 세차게 고래고래 악을 썼다. 떼쓰는 아이 소리는 누구나 알다시피 몸서리쳐지도록 듣기 싫다. 도무지 사람의 소리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참기 힘들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런 아이와는 살기도 싫고 그런 아이로 길러낼 수도 없으니 길을 들여야 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두니 10여 분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았다. 이때 시끄럽다는 이유로 부탁을 들어주면 아이를 이길 수 없다. 떼쓰는 아이에게 추임새를 넣어 기운을 나게 하여 떼쓰는 시간만 길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말하자면 불이 활활 타고 있는데 기름을 부어주는 꼴인 것이다. 모르는 척해야 그나마 빨리 끝난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 말을 잊었을까 의심되어 다가가 “‘우유 주세요’ 하면 주지” 라는 말만 한 번 더 하고는 그냥 두었다. 큰아이인 누나는 귀를 막으며 내게 와서 말했다. “엄마, 쟤가 아기라서 그래요. 그냥 우유 주지. 시끄러워 죽겠어.” 큰아이 귀를 막아주며 “쟤가 저런 떼쟁이에 저런 어른으로 자라면 어떻게 하니. 조금만 더 참자” 하고 달랬다. 근 30분이 지났을까, 아이가 그런다. “우유 줘.” 어려도 성질은 있어 엄마한테 “우유 주세요”까지는 숙이지 않겠다는 거다. 그래도 어떠랴. 아이의 백기를 받아냈다. “아, 우리 예쁜 홍원이 말 잘하는구나. 우유 달라고? 그래 엄마가 우유 줄게.” 웃으며 아이를 맞았다. 되게 한 번 아이를 혼내면 아이는 어설픈 떼로 엄마를 이기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떼쓰는 아이를 소리 질러 가르치려 하니 엄마도 고되고 아이도 고되다. 아이는 절대 큰소리로는 가르칠 수 없다.

 

싸우는 아이들 다스리는 법

아이들끼리의 싸움 또한 듣기 싫은 소리 가운데 하나다. 싫어서 몇 번 참견을 해보았는데 아이에게도 내게도 별로 득이 되지 않았다. 전후 사정을 다 알 수 없으니 판정이 공평하지 않게 되고 공평하더라도 그건 내게 공평한 거지 아이들에게는 아니다. 그래서 잘못 참견하게 되면 애만 먹고 두 아이들한테 똑같이 원성만 산다는 것을 안 다음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 두 아이들도 질서가 있을 테니 그 안에서 서열을 정하든 나름대로 푸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작은 문제일지라도 분쟁을 조정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육박전이 있으면 참견을 안 할 수 없었다. 작은아이가 그네에서 누나를 떨어뜨리더니 나무망치로 머리를 때려 혹이 나게 했다. 한 뱃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서로 싸우니 마음이 아팠다. ‘이 녀석들이 무엇이 되려고 이러나’ 걱정하면서도 두 아이를 품고 잘 견뎠지만 역부족일 때는 “너희들 이러면 엄마가 속상해” 하며 울었다. 아이들은 어른이 우니 어이가 없어서였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잠해졌다. 엄마가 늘 의젓하고 이성적인 어른 노릇을 하려 애쓰기보다 심정을 털어놓으며 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를 달래느라 싸움을 멈춘다. 엄마는 항상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고, 치워주고, 문제를 꼭 해결해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론 아이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해서 아이에게도 어른을 돌보는 법을 익히게 하면 좋다. 서로 때리려는 아이들에게 “네 속마음을 말해봐. 누가 이렇게 너희들 때리면 좋겠어?” 하면 약이 오른 아이는 처음엔 그렇다고 하지만 자꾸 되물으면 싫다고 한다. 아이 자신의 속마음 알아내기도 싸움을 멈추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엄마도 아이 기르는 기쁨을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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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08-08-20

조회수4,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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