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대신 컴퓨터 마우스를, 낱말 퍼즐 대신 키보드로 공부를 시작한다는 요즘 아이들. 이처럼 아이들이 자연스레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이지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공부나 대인관계에 소홀해지고 성격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터넷 중독. 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을까.
아이의 인터넷 중독은 곧 가족 전체의 문제
인터넷 중독은 인터넷을 하는 것에 집착해 점점 사용 강도를 더해감과 동시에 인터넷을 하지 못하게 되면 견디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한다. 인터넷 중독에 빠진 어린이는 마치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른과 비슷하다. 인터넷 중독 어린이의 뇌에서는 쾌감과 행동을 관장하는 뇌 기능의 변화가 일어난다. 인터넷을 더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부모님이 많은 잔소리를 해야 겨우 멈추게 된다. 알코올 중독자가 항상 술 생각을 하듯이 인터넷 중독 어린이는 인터넷 사용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다른 활동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점차 어려워진다. 인터넷을 하지 못하게 되면 짜증을 내고, 불안감과 초조함을 보이며, 화도 심하게 낸다. 이른바 '금단 증상'을 보이는 것. 술을 계속 마시면 주량이 늘 듯이 인터넷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해야 만족하게 되는 '내성' 현상도 생기게 된다. 인터넷 중독에까지 도달한 어린이는 어느 순간에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이제 그만두려고 해도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여전히 인터넷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결국 자녀의 인터넷 문제로 말미암아 가족 전체가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므로 더욱 위험하다.
대인관계 힘든 경우 인터넷에 빠지기 쉬워
인터넷 중독인 아이들을 살펴보면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동들은 일상생활에서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고 평소의 심리상태가 부정적인 편인데, 인터넷 게임 등을 하게 되면 잠시 불안과 우울한 감정을 잊게 되어 인터넷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즉, 심리적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인터넷을 찾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 학업 성적이 나쁘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감이 떨어진 아동의 경우에도 인터넷에 중독되기 쉽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아동도 인터넷에 빠지기 쉽다. ADHD 아동은 대개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기 어려워한다. 즉 자신이 하고자 하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나중으로 미루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충동성 때문에 하고 싶은 인터넷 게임이 있으면 그때 꼭 하고야 마는 특성을 보인다. 또 시간 조절을 하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긴 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게 되는 것이다. ADHD 아동은 지루하고 단순한 과제가 반복되는 것을 특히 못 견뎌하기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히려 자극이 강하고 복잡하면서 현란한 인터넷 게임 등에는 재미를 많이 느낌과 동시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욱 인터넷에 몰두하게 된다.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소외된 아이들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평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인터넷에서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친구들의 눈을 직접 쳐다보고 얘기할 때는 말이 잘 나오지 않지만 인터넷에서는 얼마든지 말도 잘하게 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정당한 자기주장이나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아이들 역시 인터넷상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기도 한다. 한편,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 중에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친구와의 대화, 운동, 음악, 미술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인터넷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고, 이것이 중독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부모가 일관된 태도로 적절한 보상해야
그렇다면 아이의 인터넷 중독을 해결하려면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선, 예전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아이와의 대화 혹은 놀이 시간을 늘려야 한다. 아이가 인터넷 대신에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더 즐겁게 여긴다면 더 이상 인터넷을 찾지 않을 것이다. 또 아이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할 때에도 관심과 사랑이 깔린 가운데서 애정 어린 지적이 이루어져야 더 효과적이므로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를 좋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정해준다. 예를 들어서 '하루에 저녁 식사 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주말에 몰아서 2, 3시간'을 허용해준다는 등으로 정해둘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 간에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의견의 절충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부모가 정한 것을 따르게끔 해야 한다.
셋째, 부모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만약 아빠는 보다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에 엄마는 지나치게 억압적이라면 아이의 인터넷 중독을 고치기가 어렵다. 필요하다면 형제자매 등 모든 가족이 총동원돼 아이의 인터넷 사용을 모니터하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컴퓨터를 거실 등 개방된 위치에 놓아보자. 밤늦은 시간까지 자신의 방에서 인터넷에 몰두하는 아이는 부모가 감독하기에 어려울뿐더러 자신의 방에 부모님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넷째, 아이가 인터넷 외의 다른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음악을 좋아하면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 연주를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 미술이나 체육 활동 역시 인터넷을 대체할 만한 훌륭한 취미다. 아이가 다른 활동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부모가 먼저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함께할 것을 권유하면 참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또 적절한 보상 체계를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단지 규칙을 정하는 것 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정해놓은 인터넷 제한 지시를 잘 지켰다면 상과 선물을 주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불이익을 제공한다. 마치 계약서를 쓰는 것처럼 매일의 일정표와 얼마만큼 잘 지켰을 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미리 적어서 아이가 잘 볼 수 있게끔 벽에 붙여놓는다.
마지막으로,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아이에게 우울증, 불안장애, ADHD 등이 있는 경우에는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인터넷을 많이 사용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아이의 치료와 함께 부모의 대응방법에 대한 조언을 얻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