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학습 관리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더 효과적이라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적 조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버지가 자녀 학습에 관심이 많을수록 자녀와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차라리 아빠가 무관심한 게 낫겠어요"라고 불평하는 자녀들도 있다. 아버지가 자녀 학습 관리에 적극적인 서울 잠실동 김동현(14·중1)군 가정을 학습 전문가인 TMD 교육그룹 이정아 컨설턴트와 함께 찾아 왜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되는지 살펴봤다.
◇아버지와 아들, 동상이몽=동현이의 아버지 김형욱(46·회사원)씨는 아이 시험 기간에는 늦게 퇴근해도 꼭 공부 내용을 봐주려 한다. 특히 역사 사회 등 잘 알고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동현이에게 최대한 폭넓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려 애쓴다고. 또 시험 시간표 짜는 법,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법 등에 대해서도 적극 조언한다.
"큰애가 초등학생일 때는 회사일이 바빠 관심을 못 가졌는데 중학생 돼서 처음 본 시험 성적이 예상보다 너무 나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나서게 된 거죠." 그런데도 잘 따라주지 않는 동현이에 대해 김씨는 불만이다.
아버지 설명에 불편한 표정을 짓던 동현이는 주저하다가 "전 저대로 생각이 있는데…"라고 입을 연다. 공부를 봐줄 때 아버지는 동현이 눈에는 자상하다기보다는 무섭게 비친다고. "나름대로 계획해 공부하는데 갑자기 들어오셔선 어느 한 부분을 물으시고, 대답을 못하면 그 때부터 몇십 분간 제가 아는 내용까지 다 설명하세요. 또 '계획표가 잘못됐다''교과서를 다시 읽어라' 등등 잔소리도 이어지고요. 그러는 통에 시험 공부를 못 마친 적이 많아요."
◇'다름' 인정이 급선무=이 컨설턴트는 부자와 같이, 또 아버지와 아들을 각각 상담해본 뒤 "둘의 기준 차이를 맞추는 게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갈등의 원인이 김씨의 기대 수위가 동현이 능력보다 높고 동현이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는 것.
김씨는 지방 소도시 출신으로 공부를 잘해 대도시 중고교에 진학한 뒤 서울 명문대를 나와 사회적으로 성공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아버지다. 그런 김씨에게는 서울의 중산층 가정에서 여유있게 자라는 아들을 보며 "나 어릴 적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왜 그만큼 못하나"라고 여기는 마음이 있었던 것.
이 컨설턴트는 "비교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동현이를 그 자체로 봐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계획적이고 추진력 있는 아버지와 달리 체계적이지 못한 성격인 동현이에게는 "계획을 꼼꼼히 세워라" "책상 정리부터 해라" 등 아버지의 주문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은 갖되 한 발 물러서자=컨설턴트는 동현이와 상의한 끝에 '계획은 그 날 할 일을 큰 종이에 써 붙이는 정도로만 하기''그날 공부 내용을 간략히 메모해 아버지께 검사 맡기''주요 과목은 학교 수업 직후 5분간 바로 복습 하기' 등 실천 가능한 수위의 공부 전략을 정했다.
김씨에게는 '동현이가 원하는 공부만 도와주기' '성적이 안 좋게 나오더라도 그 원인을 스스로 평가, 개선책을 찾게 한다' '공부일지를 썼는지만 매일 점검한다' 등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 컨설턴트는 "동현이네는 자녀 학습에 대해 고민하는 가정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라며 "자녀가 더디더라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도록 부모가 한 발 물러서기만 해도 대부분 가정의 교육 고민이 해결된다"고 조언했다.
이 컨설턴트는 자녀 학습지도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의 병법이 통한다고 했다. 우선 부모는 자신과 자녀의 성격유형을 알아보고, 자녀의 학습 능력 및 습관, 동기 등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능률적인 학습지도를 할 수 있다는 것. 성격검사나 학습 관련 검사는 복지관, 청소년상담원, 교육컨설팅전문회사(표 참조) 등에서 할 수 있다.